* 미묘한 19금 주의
제 몸통에 박힌 칼을 보며 든 생각이 안도라는 것은 우스웠다. 허나, 자신은 결코 사내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님.”
아직은 어린티가 역력한 명훈의 낮게 쉰 목소리에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내는 참으로 강한이였다. 그랬기에 동경했고, 언제나 그 모습을 쫓았다. 그러나 운명이란 이 얼마나 우스운지.
“... 참으로 멍청하지 않소. 이리될것을 알았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을.”
“운명이 인간의 손으로 바뀐다더냐?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없는 것이다.”
담담한 사내의 목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것을.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맴돌며 의식을 잃었다.
[윤택명훈] 반란(叛亂) 上
by. 휘나인
윤택과 명훈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은 산음현(山陰縣 : 현재의 경상남도 산청군)이라는 산세가 아름다운 고을이었다.
과
거 소론이었던 윤택의 가문은 아버지인 임진사(進士:진사과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던 칭호)의 대에 와서 거의 이름만 남은 양반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평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음현을 다스리는 현감(縣監:종6품의 지방관)은 보기드물게 어질고 좋은
인물이었다. 덕택에 고을은 평안했고, 세를 잃은지 오래인 윤택의 집안 또한 산음현에서는 그럭저럭 양반행세를 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윤택이 제대로 된 양반이라 할만한 명훈을 본것은 제 나이 7, 명훈의 나이 5살 때였다. 뽀얀 피부와 귀티나는 얼굴,
사람을 부리는것에 익숙한 아이는 부지불식간에 윤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을에서 가장 세(勢)가 높은 기왓집에 들어간 아이를 다시
본것은 아이가 내려온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현 홍문관(弘文館:조선시대에 궁중의 경서
·사적의 관리, 문한의 처리 및 왕의 자문에 응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 부제학(副提學:조선시대에 홍문관에 둔 정3품 관직)이신
김승환영감의 자제인 명훈이라 한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리도 무례한가?"
예쁘장한 외모의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귀여운 목소리와는 달리 그 어조는 엄격한 예법으로 딱딱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아이이 연령에 비추자면 너무나 귀여운터라 윤택은 저도 모르게 부드럽게 웃었다.
"
나는 임윤택이라하네. 부친은 진사이시며, 조부님은 과거 장례원(掌隷院:조선시대 노비의 부적과 소송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정3품
관청)의 사의(司議노비의 적과 소송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오품의 벼슬)를 지내신 적이 있는 가문일세."
"그렇다면 제가 실례를 했군요. 이 산음현이 워낙에 작은 곳이라 이리 학식이 깊고, 그 역사가 긴 가문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편히 명훈이라 불러주십시오."
"나도 윤택으로 좋네."
환히 웃는 명훈의 얼굴을 보는순간 심장이 두근-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 한순간뿐인지라 그저 잘못 생각한것이려니. 그리 넘겼더랬다.
---
"그래? 한양으로 돌아간단말이지.."
"네, 성님. 아마 한양으로 돌아가면 내 태중혼약자(胎中婚約者)인 동부승지(同副承旨:조선시대 승정원에 속한 정3품 관직) 영감의 둘째 여식과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게 될겁니다."
"그, 그런가. 축하하네, 아우."
순간 저릿하게 아파오는 가슴의 고통에 입술을 깨문 윤택이 간신히 축하의 말을 건네자 명훈이 흐리게 웃었다.
"성님이야말로, 어서 혼인을 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벌써 나이가 18이십니다. 관례를 치룬지가 이미 옛날이거늘 언제까지 홀로 계실 참입니까?"
"언젠가 연이 닿으면 이뤄지겠지. 그리 급할것없다 생각하네."
아
무렇지않게 답한 윤택이었지만, 차마 제 심정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명훈과 만난지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느꼈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기실 명훈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은지도 여러해. 날이 가면 갈수록, 해가 가면 갈수록 더해만가는 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제 감정으로 명훈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 미칠것만 같은 제 마음을 누르고 그저 좋은 형으로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겨웠던가. 결코 명훈은 알지못할 제 칙칙하고 어두운 감정을 명훈에게 쏟아붓고 싶은 그 충동. 당장이라도
명훈을 범하고 싶은 그 더러운 욕망.
명훈을 잊어보기위해 홍루에도 찾아가봤으며, 다른 여인네를 사랑해보기위해 노력한적도
있었다. 허나 결국 그것은 제 자신이 얼마나 명훈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각인시키는 것. 그 외의 의미는 전혀 없었다. 그 어떤
여인을 안아도, 절세의 미인을 바라봐도 보이는 것은 그저 명훈의 웃는 얼굴. 그 뿐이었으니까.
"성님. 좋은 연, 만나시길 빌겠습니다."
내게, 너 이상의 연은 없다. 내게 각인된 이름은 김명훈, 그 석자뿐이며, 내가 죽어도 사랑할 사람은 김명훈, 너 하나뿐일테니.
"조심해서가라, 명훈아."
아주 어릴적에 부르던 호칭으로, 어릴적처럼 얘기하자 명훈의 얼굴이 약간 발그레한 빛을 띄었다. 쑥스러운듯 헤실 웃은 명훈이 윤택의 품에 안겼다.
"몸 조심하세요, 윤택형. 다시 연이 닿아 만나면 좋겠어요."
격식어린 말투가 아닌 그저 편한 어투로 말하는 명훈의 목소리가 윤택을 흔들었다. 널 놓고싶지않다. 허나,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 뒤돌아서 걸어가는 명훈의 뒷모습을 보며 윤택은 주먹을 쥐었다.
윤
택은 명훈과 자신의 입장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현 판윤(判尹:한성부의 정2품 관직)인 김대감의 자제로, 그
가문은 현 주상전하의 비를 배출한 명가중의 명가. 반대로 자신은 고작해야 먹고살기 급급한- 양반의 이름만 남은 몰락한 가문의
후계. 명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물러서야할 입장이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명훈의 뒷모습을 보며 윤택은 눈을 빛냈다.
명훈아. 내 이번은 놓아주지만, 다시는 널 놓지 않을거다. 다시 만난 순간엔 내 널 나의 것으로 만들거다. 그러니, 도망가라. 날 만나지마.
---
윤
택은 대과에 합격할 수 없었다. 언제나 가문이 문제가 되어 떨어지길 수차례. 처음에야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했지만, 저보다 훨씬
못한 이들이 가문의 힘으로 합격하는것을 보고서도 능력을 탓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던가? 국가의 인재를
뽑는것인데, 그조차도 가문의 힘이 없으면 합격조차 할 수 없다는것은.
이제나 저제나 윤택이 과거에 합격하기만을 바라던 늙은
어미마저 세상을 달리하자 윤택은 과거를 포기한 채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윤택이 만난이가 홍경래였다. 윤택자신이
지닌 조선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교묘한 언변으로 동조하는 사내. 어느순간 윤택은 그에게 매료된 자신을 알았다.
"임호원(浩遠:광대하고 멀다. 윤택의 호)은 이리 시간만 보낼참이요?"
"하하. 내 아무 능력도 지니지않은 그저 한량일 뿐이외다."
"임호원. 나와 같이 세상을 바꾸지 않겠소? 호원의 지식과 능력이 이토록 빼어나거늘, 어찌 그저 한량으로서 시간만 보내려하는게요?"
홍경래의 말에 그저 웃음으로 넘긴 윤택이었지만, 내심 자신을 알아주는 사내가 점점 맘에 들었다. 자신만만하고, 영리하고, 재기가 넘치는. 결국 윤택은 그의 손을 잡았다.
---
"태천현(泰川縣:현재 평안북도 태천군)의 현감은 어떤자인가?"
"상당히 평판이 좋습니다. 중앙의 대감의 자제인데 그 능력이 뛰어나나 워낙에 대쪽같은자라 어쩔수 없이 태천의 현감으로 부임해왔다 하더군요. 현재 2년째 재직중인데 민초들의 사정도 잘봐주는 좋은 현감이라 합니다."
"그런자를 치는것은 곤란하긴하지만, 태천을 버리고 갈수는 없지. 임호원. 그대가 태천으로 가주겠소? 되도록이면 현감을 살리는쪽으로."
한참이나 진행되던 회의를 가만히 듣고있던 윤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어떤 자이기에 그토록 평판이 좋은것인지 궁금해졌던 탓이었다.
"알겠소, 홍장군. 난 나가보도록 하지."
"더 듣지않을거요?"
"적이 정해진바. 더 들을 필요성이 있는거요?"
그
와 동시에 윤택이 나가버리자 홍경래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능력과 재능, 실력 모두 겸비했지만, 동시에 윤택은 너무나 자유로운
자였다. 언제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나가버릴것같은 그런 바람같은 자. 과연 저 남자를 잡아둘만한 존재가 있을것인가? 윤택의 능력과
실력을 알면 알수록 불안해지는탓에 홍경래의 눈이 작게 흔들렸다.
"더할까요?"
"아아."
"현
현감의 이름은 김명훈. 호는 천평(天平). 현재 28살로 우찬성(右贊成:조선시대 의정부의 종일품 관직)의 셋째 자제입니다.
놀랄만큼 영리하고 지혜로우며, 자비로운자이되, 다만 그런 명문 세도가의 자제치곤 상당히 강직하고 원리원칙적인 인물입니다. 덕분에
조정에 적이 많습니다. 워낙에 그 지닌바 능력이 뛰어나고 집안도 명문가이니만큼 태천에 현감으로 부임해왔습니다."
"만만한자가 아니로군. 호원이 고생하겠어."
--
태
천을 함락시키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껏 자신들의 위세에 겁먹지않은 자가 없었으며, 실제 그리 뛰어난 자들도
없었다. 그랬기에 가볍게 홍경래의 부탁에 움직인것이었고. 하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윤택은 어떻게해서든 이곳으로 오지
않고싶었다.
"윤택...형?"
"누구...?! 김명훈?"
"어찌 성이 그곳에 계시는거요?!"
가
늘게 떨리는 명훈의 물음에 윤택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 네가 그곳에 있느냐? 그토록 그리워하고 바라던 이가 눈앞에 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음에 윤택은 괴로웠다. 저를 보고 격히 흔들리는 명훈의 모습이 안쓰러워 제 상황을 잊을뻔하였다. 허나 명훈의 주위를
감싸고있는 관군의 모습은 그와 명훈이 전혀 다른 길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찌하여 난, 홍장군을 만났던 것이며, 왜 너는 이
곳 태천의 현감인게냐? 헤어진지 오랜시간이 지났거늘 명훈은 언제나 윤택이 꿈꿔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더 성인의 분위기를
지녔지만, 여전히 윤택의 눈에는 작고 연약하고 착하던 아이와 겹쳐보였다.
"설마, 성이.. 반란군... 이요?"
"그래."
단 한마디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리 무거울까? 윤택은 차마 명훈을 응시할 수 없었다.
내 너와의 정은 중하나, 내 의지와 생각으로 여기 서있으니, 필하다면 내 너와 맞설것이다.
그런 윤택의 단호한 의지를 읽은 것인지 명훈은 덜덜 떨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주변의 관군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반란군이다. 주상전하께 해가 되는 이들이니라. 용납치말거라."
"저 고을을 함락시키는것이 우리의 일이다. 돌격하라!"
---
푸욱-
명훈의 얇은 피부를 찢고 박혀들어간 것은 분명 윤택 자신의 검이었다. 마지막 순간 명훈은 윤택을 노리던 제 검을 멈춰버렸다.
"왜, 그랬느냐? 난 네 말대로 반란군이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에 젖은 명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닥에 쏟아지는 저 붉은 것은 명훈의 생명이었다.
보낼 수 없었다. 내가 어찌 나의 손으로 널 보낼 수 있겠느냐?
윤택이 급박하게 검을 뽑아내고 울컥 쏟아지는 피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난을 일으키며 지금껏 지독하게도 보아온 피가 이토록 두려운 것이었는지, 윤택은 처음으로 깨달은 기분이었다.
“...형..님.”
명훈의 낮게 쉰 목소리에서는 점점 힘이 없어지고 있었다.
“... 참으로 멍청하지 않소. 이리될것을 알았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을.”
“운명이 인간의 손으로 바뀐다더냐?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없는 것이다.”
냉담하게 답하였지만, 윤택은 지금 급박한 심정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정인(情人)을 죽일수는 없었다. 간신히 어렵게만난 연인(戀人)이었다.
명훈의 맑았던 눈동자가 점점 흐려지며 느리게 윤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치게 피를 쏟아낸탓에 파리하게 질린 입술이 천천히 달싹였다.
".........................."
거의 들리지않는 희미한 목소리.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 윤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내지않는다. 내가 이리 간신히 손에 넣은 널 보낼 줄 아느냐?
그런 윤택을 아는지모르는지, 명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있을 뿐이었다.
+ + +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딱
딱한 사람이지만 나에게만은 따스해지는것이 기뻤고, 내가 한양으로 떠나는게 되었을땐 아쉽다 생각했고, 한양에서는 미칠듯한 그리움에
잠못이뤘다. 그것은 혼례식을 치룬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부모님도, 내 지어미된 여자도, 심지어 나의 피를
이어받은 어린 아들도 날 채우지는 못했다. 원체 강직한 성격탓에 좌천되다싶이하여 태천현의 현감으로 부임했을땐,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날 지아비랍시고 믿고 따르는 부인에 대한 미안함과 어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 그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이곳에서 차라리 마음정리를 하자. 다시 돌아갔을때는 한 여자의 지아비로써, 한 아이의 아비로써 떳떳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하자. 그리 생각했다. 허나, 나의 눈에 그가 비친 순간 어이없게도 깨달아버렸다.
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저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것임을.
[윤택명훈] 반란(叛亂) 中
by. 휘나인
작
지만 깨끗한 방. 부드러운 요위에는 파리한 안색의 어딘가 어린 이미지를 지닌 남자가 누워있었다. 창백하고 메마른 시체같은
모습이지만 가늘게 이어지는 얕은 숨이 남자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한명의 사내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태천현감을 사로잡은이후 윤택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홍경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만 바라보는 사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임호원도 참.. 대체 몇일째 지극정성인거요. 벌써 열흘도 넘었소이다."
"깨어나는 모습, 내가 봐야만하네. 내가 이 손으로 이 아일, 이리 만들줄은 몰랐어."
아이.
윤
택의 말을 듣던 홍경래가 작게 한번 그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누가봐도 시커먼 사내놈이거늘 사내의 눈에는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이는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타인에게 냉담하던 사내를 흔드는 이가 같은 남자라는 것은 어찌된것인지.
아무리 경직된 유교관념을 지녔다 할지라도, 사내들끼리 모인 집단에 그런 경우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윤택의 모습은 예상이상이었다. 저것은 마치 연모라기보단, 열렬한 숭배와 비슷했다.
"현 우찬성대감의 자제분과 어찌 아시는게요?"
단 한번도 제 과거를 털어놓지않던 윤택이었기에 기대도 않고 물었건만, 의외로 깊은 한숨과 함께 윤택이 입을 열었다.
"
내 7살때 처음 산음현에서 만났지. 햇볕에 그슬린 민초들과 비슷한 삶을 살던 나에게 처음으로 양반이란게, 사회의 지배계층이라는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었다할까. 뽀얀 얼굴과 귀여운 목소리로 어울리지않게 위엄어린 말투를 하는 어린아이. 고작해야 5살의 꼬마면서
타인을 부리는데 익숙한. 누가봐도 정진정명한 양반가의 금지옥엽. 위의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많아 유난히 귀여움받고 자랐던터라,
귀한태가 나는 그런 존재였네, 명훈이는."
말을 마친 윤택이 똑바른 시선으로 홍경래를 응시했다.
"내가 이 아일, 명훈이를 좋아함을 이미 알고있겠지."
"눈에 보이니 어찌 모르겠소. 그런데 왠지, 연모보단 숭배에 가까워보이오."
"
홍장군의 눈에 그리 비친다면 사실이겠지. 내가 언제부터 명훈일 연모하게 된것인지는 나도 모르네. 예쁘다 생각했고, 지켜주고 싶다
그리 생각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명훈이를 보면 심장이 뛰더군. 헤어지고 싶지 않았네. 허나 아이의 장래, 이 사회적 위치. 그
모든것을 생각해 딱 한 번만 놓아주자, 그리 생각했지."
윤택이 손을 들어 조심스러운 손길로 명훈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치 깨질것같은 공예품을 다루듯이.
"두 번 다신, 놓치지않네. 놓아줬는데 내 손으로 날아들어왔으니... 죽음 같은 것에게 뺏길줄아는가."
조
심스럽지만, 한없이 광기어린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는 왠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윤택은 무서운 사내였다. 평상시에 워낙에 허허실실
웃고 온화하게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원한 것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손에 넣는 타입이었다. 지금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탓인지는 몰라도 명훈은 굉장히 연약하고 여린 이미지가 있는만큼, 윤택이 명훈에게 가지는 감정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것은
아니자만, 같은 성별의 존재인만큼 윤택에게 걸린 저 남자에 대해 약간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이 이상 명훈과 윤택의
관계에 끼어드는것은 자신에게도 위험하다는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홍경래는 그저 외면을 택하기로했다.
"적당히 하시게나, 호원. 자네의 말을 들어보자면 섬세한 이인것같은데, 너무 몰아붙이면 서로간에 상처만 될터이니."
"알고있네."
---
깜박-
영원히 뜨일것같지않던 명훈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흐릿한 시야,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지독한 고통, 엷은 약초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흐으...."
"...명훈아? 깨어난거냐?!!"
어
찌된것인지 움직여보려던 명훈이 들려온 목소리에 굳어졌다. 그립던 목소리를 듣는순간 명훈은 모든 생각을 멈췄다. 그때 반란군이 된
윤택을 보고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었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그의 칼을 맞았었다. 온몸으로 퍼지던 둔중한 고통에, 일그러진 윤택의
얼굴에 왠지 허무하여 눈을 감았는데 어째서 지금 윤택의 목소리가 들리는것일까?
하지만 곧이어 보인 얼굴에 명훈은 차마 그를 응시할 수 없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네가 죽을까 걱정했다."
"...왜?"
왜 날 살린게요?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못할 말을 삼키며 명훈은 윤택을 바라봤다. 그것을 알았음에도 아무 대답없이 명훈을 응시하던 윤택이 몸을 일으켰다.
"네 먹을것을 조금 가져오마."
---
명훈이 깨어난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둘의 사이는 변화가 없었다.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헌신적으로 명훈을 돌보는 윤택과 혼란해하면서도 그런 윤택에게 아무런 물음없이 갇현 명훈. 그런 관계를 깨트린것은 명훈이었다.
"뭘 원하는건지 말해보시오."
"원하는것?"
"양반의 긍지마저 다 버리고, 적대적인 관계의 날, 왜 이리 살려두었소? 뭔가 원하는것이 있을것 아닙니까?"
그저 넘어가, 모른척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명훈은 지나치게 강직했다. 그런 명훈이었기에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따위,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잘아는 윤택이었기에 일부러 넘기고 있었고.
"아무것도 없다하면 믿지 않겠지."
"..."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모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그것이 중하신 겁니까?"
"내겐 중하다. 내가 널 연모하고 있다."
윤택의 고백에 명훈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눈동자와는 달리 명훈은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윤택을 응시했다.
"난 이미 한성에 처자식을 두고온 몸임을 모르십니까? 게다가 비역질이라니. 형님, 미친게요?"
명훈의 차가운 비웃음에 윤택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윤택의 모습에 명훈은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띄웠다.
"
그딴 자기만족을 위해 날 살린거요? 참으로 대단한 연모이올시다. 그래, 현 조선에선 날 어찌할 수 없으니, 반역이라도하여 날 그
손에 넣어보겠다. 그런 심산인가본데... 내 한때 동경하고 존경했던이가 이정도의 그릇이라니, 실망이오."
완전히 핏기없이 질린 모습을 보며 마지막 확인사살까지 날린 명훈이 요에 누워 윤택을 외면했다. 그 모습에 하얗게 질렸던 윤택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홱-
갑
자기 젖혀진 이불에 당황하던 명훈은 곧이어 제 입술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당황해서 몸을 버둥거렸다. 상대를 떨어뜨려 놓기 위해
가슴을 밀어내던 손이 잡힌탓에 가만히 당하던 명훈이 제 입속을 배회하는 혀를 깨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졌을때 명훈은 입가에 작은 핏방울이 맺힌채 아무런 표정없이 명훈을 바라보는 윤택을 볼 수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윤택을 알아온
명훈조차도 처음보는 표정.
"그래, 내 널 원했지. 널 이리 내 아래 눕히고 범하는것을 꿈꾸었더랬다. 네 말대로 내 그릇은 이정도밖에 되지않는 것이겠지. 반역을 통해 널 이리 내 손에 넣었으니, 내가 맘대로 처리해도 되는것 아니겠느냐?"
"맘대로 해보시오. 그런다고 내, 굴복할거라 생각진 않는게 좋을겁니다."
---
"흐, 으아악- 큿..."
"입술, 깨물지 말아라."
서로의 맘을 열지않은채 이뤄지는 정사는 잔혹했다.
애
무라기보다는 능욕에 가까운 움직임,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행위에 명훈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 외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파리하게 질린채 몸을 덜덜떨며 제 욕망을 받아내는 명훈을 범하는 윤택의 표정또한 더할나위없이 비참했다.
"아읏- ...크으... !! 흐앗.."
"날 욕해도 좋다. 네 몸만을 탐한다, 그리 비웃어도 좋아."
고통과 쾌락으로 흐려진 명훈을 바라보며 윤택이 고통스레 그리 속삭였다.
"그렇게라도, 널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네 몸만이라도 내 것이라- 그리 믿고싶다."
"아아윽- 흐,,, 으..응... 하읏!"
그
와 동시에 거칠어진 윤택의 용두질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틀었다. 곧이어 윤택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눈을 감아버린
명훈. 그저 기절한것임을 안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흰 몸에 새겨진 자신의 욕망의 흔적들, 피와
제 정액으로 엉망이 된 명훈의 비부. 그 모든 것이 괴로웠다. 채 다 낫지도 않은 아이의 도발에 분노에 휩쌓여 범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처음에야 지독한 분노와 섭섭함에 시작했지만,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희고 깨끗한 몸, 성인임에도 순진한 눈동자, 제 자신을 유혹하는듯한 달큰한 체향. 게다가 싫다곤하면서도 거부의 행동을 보이지않는 명훈의 모습에 제 욕망에 휩쌓여 거칠게 대해버린것이 못내 죄스러운 윤택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명훈아."
---
"나오셨소?"
"...홍장군."
"후회는 하지마시오, 호원. 그것이 도리어 더 큰 상처로 남는 법이외다. 그런 죄책감을 안고 그를 볼 셈이요?"
작게 열린 문사이로 풍기는 비릿한 살내음과 피냄새. 그리고 죄책감과 후회로 얼룩진 윤택의 표정에 홍경래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미 저지른일에 저런 얼굴을 하는것은 옳지않았다.
"기억하시게. 자넨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것을."
"고맙네, 홍장군."
"별말을."
멀어져가는 홍경래를 바라보며 윤택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상처입은것은 너인데, 내가 상처입은것처럼 행동하면 안되겠지.
====
점
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상황이 급박해지는듯 했다. 자신의 냉대에도 매일같이 찾아오던 그의 모습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것을 보면.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곤했다. 어째서 자신이 그를 떠올리고 있는것인지. 매일같이 바쁘게 지내던 나날에서 벗어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각을 하게된탓에 쓸모없는 고민이 많아진 것이리라, 그리 넘기기로 했다.
"잘.. 지냈느냐? 식사는?"
"잘하고 있었으니, 너무 신경쓰지마."
그 날 이후 그에게 존대를 하는것은 포기했다. 아무리해도 그에게 다시금 옛날처럼 행할수가 없었다.
"그래..."
자리에 누운 자신의 옆에와 낮게 중얼거리며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눈물나게 안타깝고 슬퍼서,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내게, 다정하게 대하지마. 날, 흔들지마.
[윤택명훈] 반란(叛亂) 下
처
음의 그 폭력과도 같은 정사 이후 윤택은 종종 명훈을 품에 안았다. 그저 체념한듯한 얼굴로 지금껏 지켜오던 자신에 대한 존대도,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도, 모든것을 잃어버린채 자신을 서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명훈의 모습에 지독한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지만,
그것은 내가 표현할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무조건적으로 밀리기만하던 현들도 점점 대항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세를 늘리는것도 힘들었고, 게다가 불안한듯 동요하는 군사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멀지 않았을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명훈아."
"..."
아무런 표정없이 자신을 흘깃 응시하는 명훈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등을 돌린채있었지만 제 말을 듣고있음은 알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 다가오는것같다."
"..."
"만약 이곳이 함락된다면, 넌 어찌될것 같으냐?"
"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지. 운이 좋아 살아남는손 치더라도 한성의 저택에 갇혀 평생 유폐된채 살아가거나. 반란군에게 지고, 추하게 포로로서 목숨을 부지한 자에 대한 벌은 그것뿐야."
"우찬성대감의 자제에게 그정도의 처벌을 내리진 않을테지."
윤택의 말에 명훈이 몸을 일으켜 윤택을 바라봤다. 그 어느때보다 더욱 차갑고 냉기마저 감도는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그거, 나에 대한 모욕이라 받아들여도 되는건가? 내 이리 당신에게 매여있다고 그리 쉬이보이던가? 아비의 권세를 믿고 방자하게
날뛰는 그런자라- 그리 생각한건가! 얼마나 내가 우습게 보였는지 알만하군. 임윤택, 당신이 그딴 소릴 할 정도면 말야."
한
참동안 자신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누운 명훈. 그런 명훈을 바라보던 윤택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했다. 이 강직하고 올곧은 명훈이
그럴리 없음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있었다. 어릴적부터 제 능력으로 인정받는것을 제일 기뻐했음을, 제 노력이 제 아비의
권세때문이라 칭해질때의 그 분노를 잘 알고 있었으면서 어찌 이리 실수를 해버린건지.. 한참이나 명훈의 등을 바라보던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쉰 후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와 답답함에 달을 바라보던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가 다가왔다.
"또 왜 그런 표정인게요?"
"누구보다 명훈이 녀석의 성격을 잘 알면서, 실수를 해버렸네."
낮게 한숨을 몰아쉬는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냉담하고 방관적이던 사내가 어찌 그에게만 저리도 물러지는지.
"어릴적부터 자존심이 강했지. 제 아비의 권세에 아첨하는 이들을 혐오하고, 제 능력으로 모든것을 하려고하는, 그런 고집센 어린아이였어."
"꽤나 권세가 도련님치곤 의외로군요."
"의외지. 강직하고 올곧은, 그런 성격이 눈에 보이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그런 이에게 아비가 권세가 있으니 괜찮을것이라, 그리 얘기했으니 저리 화를낼수밖에. 다른이도 아닌 내가 했음이니."
"호원이 했다는게 문제가 되는거요?"
"어쨌든 그와 가장 가까운게 나아닌가."
흐린 웃음을 짓던 윤택이 낮게 한숨을 내쉰 후 표정을 굳혀 홍경래를 응시했다. 방금전까지의 고민이 마치 거짓처럼 차갑고 냉담한 얼굴이었다.
"관군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지?"
"썩어도 준치라는 것이겠지요."
홍경래의 말에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았다.
'운이 다한것인가...'
***
음력 4월 17일 정주성
"호원, 이제 운이 다한것같소이다."
"어찌 그리도 약한 소릴 하시는게요?"
말은 그리하지만 윤택의 얼굴 또한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 윤택을 보며 홍경래는 쓰게 웃었다. 그 누구보다 머리회전이 빠른 남자다.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어찌 모를까.
"그대에겐 우찬성의 자제인 천평도 있지 않소. 그를 살려야지요."
"..."
복잡한 윤택의 얼굴을 보며 홍경래는 웃었다. 그대가 그와 엇갈리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자신이니 적어도 이런 사죄는 해야할터였다.
"가시오, 호원."
"미안하네."
"부디, 살아남아서 행복해지길 빌겠소."
방 밖으로 멀어져가는 윤택을 보며 홍경래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마 힘들테지만, 그라면 왠지 가능할 것 같기도했다.
---
허억- 허억-
어
두운 산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했다. 조금만 더 달아나 청의 국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테지만, 평안도의
산악지대는 너무도 험난했다. 한참을 움직이던 윤택은 완전히 지친 명훈을 보며 결국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하게 높은 나무들
덕에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은 다행이나, 동시에 지독하게 험난한 지형은 그들의 체력을 금방금방 앗아갔다. 특히나 전형적인
선비로서 공부만해온 명훈에게는 더더욱.
"괜.. 찮은거냐?"
"하아.. 괜찮습니다."
사흘 전 정주성이 함락된 후 거의 쉼없이 달려온 명훈이 괜찮을리 없건만 명훈의 얼굴은 고집스러웠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 괜히 제 욕심으로 명훈을 데려온것이 아닌가싶어 윤택은 괴로운 기분이었다.
"너무 고집피우지마라."
"괜. 찮다해도 왜 그러십니까, 성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러버린 명훈의 어조는 거의 예전과 비슷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런 사소한 것이 기뻐, 윤택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알았다."
그 때였다.
「저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곳임에 틀림없어!!」
조금 멀긴 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택과 명훈의 몸이 굳었다.
"저 쪽으로 가자."
급
박하게 말하는 윤택의 모습에 명훈 또한 지친 몸을 일으켰다. 거의 먹은 것이 없는 탓에 순간 어질한 명훈이었지만, 윤택에게 짐이
되는 것은 싫었다. 따지고 보자면 납치인 상황인데 어째서 자신은 윤택을 따르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그랬다.
자신의 손을 잡는 이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쏴-
후두둑- 후두둑-
마
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쏟아지는 비를 보며 윤택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청이 멀지않았거늘, 이 비 때문에 발이 묶인
상황이 짜증스러웠다. 간신히 동굴을 발견해 비를 피하긴 했지만, 이미 비를 잔뜩 맞은 명훈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명훈아."
윤택은 명훈의 팔을 잡고 제 품으로 끌어들였다. 완전히 얼어버린 작은 몸이 아무런 저항 없이 가볍게 그의 품으로 딸려왔다. 자그마한 그 온기가 눈물나도록 가여워, 안쓰러워 윤택은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널 놓아주는 것이 좋을까?
윤택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포기하고 명훈을 안은 손에 힘을 더했다. 근처에있는 관군들에게 들킬까봐 차마 불도 피워주지 못함이 못내 미안했다.
「여기 흔적이 있다!」
점점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윤택은 눈을 감았다.
내가 널 어찌 지켜야 좋은 걸까? 네가 대답해주렴.
동굴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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