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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한 19금 주의






제 몸통에 박힌 칼을 보며 든 생각이 안도라는 것은 우스웠다. 허나, 자신은 결코 사내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형..님.”






아직은 어린티가 역력한 명훈의 낮게 쉰 목소리에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내는 참으로 강한이였다. 그랬기에 동경했고, 언제나 그 모습을 쫓았다. 그러나 운명이란 이 얼마나 우스운지.






“... 참으로 멍청하지 않소. 이리될것을 알았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을.”
“운명이 인간의 손으로 바뀐다더냐?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없는 것이다.”



담담한 사내의 목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것을.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맴돌며 의식을 잃었다.



[윤택명훈] 반란(叛亂) 上
by. 휘나인




윤택과 명훈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은 산음현(山陰縣 : 현재의 경상남도 산청군)이라는 산세가 아름다운 고을이었다.
과 거 소론이었던 윤택의 가문은 아버지인 임진사(進士:진사과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던 칭호)의 대에 와서 거의 이름만 남은 양반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평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음현을 다스리는 현감(縣監:종6품의 지방관)은 보기드물게 어질고 좋은 인물이었다. 덕택에 고을은 평안했고, 세를 잃은지 오래인 윤택의 집안 또한 산음현에서는 그럭저럭 양반행세를 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윤택이 제대로 된 양반이라 할만한 명훈을 본것은 제 나이 7, 명훈의 나이 5살 때였다. 뽀얀 피부와 귀티나는 얼굴, 사람을 부리는것에 익숙한 아이는 부지불식간에 윤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을에서 가장 세(勢)가 높은 기왓집에 들어간 아이를 다시 본것은 아이가 내려온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현 홍문관(弘文館:조선시대에 궁중의 경서 ·사적의 관리, 문한의 처리 및 왕의 자문에 응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 부제학(副提學:조선시대에 홍문관에 둔 정3품 관직)이신 김승환영감의 자제인 명훈이라 한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리도 무례한가?"



예쁘장한 외모의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귀여운 목소리와는 달리 그 어조는 엄격한 예법으로 딱딱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아이이 연령에 비추자면 너무나 귀여운터라 윤택은 저도 모르게 부드럽게 웃었다.



" 나는 임윤택이라하네. 부친은 진사이시며, 조부님은 과거 장례원(掌隷院:조선시대 노비의 부적과 소송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정3품 관청)의 사의(司議노비의 적과 소송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오품의 벼슬)를 지내신 적이 있는 가문일세."
"그렇다면 제가 실례를 했군요. 이 산음현이 워낙에 작은 곳이라 이리 학식이 깊고, 그 역사가 긴 가문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편히 명훈이라 불러주십시오."
"나도 윤택으로 좋네."


환히 웃는 명훈의 얼굴을 보는순간 심장이 두근-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 한순간뿐인지라 그저 잘못 생각한것이려니. 그리 넘겼더랬다.



---



"그래? 한양으로 돌아간단말이지.."
"네, 성님. 아마 한양으로 돌아가면 내 태중혼약자(胎中婚約者)인 동부승지(同副承旨:조선시대 승정원에 속한 정3품 관직) 영감의 둘째 여식과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게 될겁니다."
"그, 그런가. 축하하네, 아우."



순간 저릿하게 아파오는 가슴의 고통에 입술을 깨문 윤택이 간신히 축하의 말을 건네자 명훈이 흐리게 웃었다.



"성님이야말로, 어서 혼인을 하셔야하지 않겠습니까? 벌써 나이가 18이십니다. 관례를 치룬지가 이미 옛날이거늘 언제까지 홀로 계실 참입니까?"
"언젠가 연이 닿으면 이뤄지겠지. 그리 급할것없다 생각하네."


아 무렇지않게 답한 윤택이었지만, 차마 제 심정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명훈과 만난지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느꼈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기실 명훈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은지도 여러해. 날이 가면 갈수록, 해가 가면 갈수록 더해만가는 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제 감정으로 명훈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 미칠것만 같은 제 마음을 누르고 그저 좋은 형으로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겨웠던가. 결코 명훈은 알지못할 제 칙칙하고 어두운 감정을 명훈에게 쏟아붓고 싶은 그 충동. 당장이라도 명훈을 범하고 싶은 그 더러운 욕망.
명훈을 잊어보기위해 홍루에도 찾아가봤으며, 다른 여인네를 사랑해보기위해 노력한적도 있었다. 허나 결국 그것은 제 자신이 얼마나 명훈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각인시키는 것. 그 외의 의미는 전혀 없었다. 그 어떤 여인을 안아도, 절세의 미인을 바라봐도 보이는 것은 그저 명훈의 웃는 얼굴. 그 뿐이었으니까.


"성님. 좋은 연, 만나시길 빌겠습니다."



내게, 너 이상의 연은 없다. 내게 각인된 이름은 김명훈, 그 석자뿐이며, 내가 죽어도 사랑할 사람은 김명훈, 너 하나뿐일테니.



"조심해서가라, 명훈아."



아주 어릴적에 부르던 호칭으로, 어릴적처럼 얘기하자 명훈의 얼굴이 약간 발그레한 빛을 띄었다. 쑥스러운듯 헤실 웃은 명훈이 윤택의 품에 안겼다.



"몸 조심하세요, 윤택형. 다시 연이 닿아 만나면 좋겠어요."




격식어린 말투가 아닌 그저 편한 어투로 말하는 명훈의 목소리가 윤택을 흔들었다. 널 놓고싶지않다. 허나,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 뒤돌아서 걸어가는 명훈의 뒷모습을 보며 윤택은 주먹을 쥐었다.
윤 택은 명훈과 자신의 입장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현 판윤(判尹:한성부의 정2품 관직)인 김대감의 자제로, 그 가문은 현 주상전하의 비를 배출한 명가중의 명가. 반대로 자신은 고작해야 먹고살기 급급한- 양반의 이름만 남은 몰락한 가문의 후계. 명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물러서야할 입장이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명훈의 뒷모습을 보며 윤택은 눈을 빛냈다.


명훈아. 내 이번은 놓아주지만, 다시는 널 놓지 않을거다. 다시 만난 순간엔 내 널 나의 것으로 만들거다. 그러니, 도망가라. 날 만나지마.




---




윤 택은 대과에 합격할 수 없었다. 언제나 가문이 문제가 되어 떨어지길 수차례. 처음에야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했지만, 저보다 훨씬 못한 이들이 가문의 힘으로 합격하는것을 보고서도 능력을 탓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던가? 국가의 인재를 뽑는것인데, 그조차도 가문의 힘이 없으면 합격조차 할 수 없다는것은.
이제나 저제나 윤택이 과거에 합격하기만을 바라던 늙은 어미마저 세상을 달리하자 윤택은 과거를 포기한 채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윤택이 만난이가 홍경래였다. 윤택자신이 지닌 조선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교묘한 언변으로 동조하는 사내. 어느순간 윤택은 그에게 매료된 자신을 알았다.



"임호원(浩遠:광대하고 멀다. 윤택의 호)은 이리 시간만 보낼참이요?"
"하하. 내 아무 능력도 지니지않은 그저 한량일 뿐이외다."
"임호원. 나와 같이 세상을 바꾸지 않겠소? 호원의 지식과 능력이 이토록 빼어나거늘, 어찌 그저 한량으로서 시간만 보내려하는게요?"




홍경래의 말에 그저 웃음으로 넘긴 윤택이었지만, 내심 자신을 알아주는 사내가 점점 맘에 들었다. 자신만만하고, 영리하고, 재기가 넘치는. 결국 윤택은 그의 손을 잡았다.



---



"태천현(泰川縣:현재 평안북도 태천군)의 현감은 어떤자인가?"
"상당히 평판이 좋습니다. 중앙의 대감의 자제인데 그 능력이 뛰어나나 워낙에 대쪽같은자라 어쩔수 없이 태천의 현감으로 부임해왔다 하더군요. 현재 2년째 재직중인데 민초들의 사정도 잘봐주는 좋은 현감이라 합니다."
"그런자를 치는것은 곤란하긴하지만, 태천을 버리고 갈수는 없지. 임호원. 그대가 태천으로 가주겠소? 되도록이면 현감을 살리는쪽으로."


한참이나 진행되던 회의를 가만히 듣고있던 윤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어떤 자이기에 그토록 평판이 좋은것인지 궁금해졌던 탓이었다.


"알겠소, 홍장군. 난 나가보도록 하지."
"더 듣지않을거요?"
"적이 정해진바. 더 들을 필요성이 있는거요?"



그 와 동시에 윤택이 나가버리자 홍경래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능력과 재능, 실력 모두 겸비했지만, 동시에 윤택은 너무나 자유로운 자였다. 언제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나가버릴것같은 그런 바람같은 자. 과연 저 남자를 잡아둘만한 존재가 있을것인가? 윤택의 능력과 실력을 알면 알수록 불안해지는탓에 홍경래의 눈이 작게 흔들렸다.


"더할까요?"
"아아."
"현 현감의 이름은 김명훈. 호는 천평(天平). 현재 28살로 우찬성(右贊成:조선시대 의정부의 종일품 관직)의 셋째 자제입니다. 놀랄만큼 영리하고 지혜로우며, 자비로운자이되, 다만 그런 명문 세도가의 자제치곤 상당히 강직하고 원리원칙적인 인물입니다. 덕분에 조정에 적이 많습니다. 워낙에 그 지닌바 능력이 뛰어나고 집안도 명문가이니만큼 태천에 현감으로 부임해왔습니다."
"만만한자가 아니로군. 호원이 고생하겠어."


--




태 천을 함락시키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껏 자신들의 위세에 겁먹지않은 자가 없었으며, 실제 그리 뛰어난 자들도 없었다. 그랬기에 가볍게 홍경래의 부탁에 움직인것이었고. 하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윤택은 어떻게해서든 이곳으로 오지 않고싶었다.



"윤택...형?"
"누구...?! 김명훈?"
"어찌 성이 그곳에 계시는거요?!"


가 늘게 떨리는 명훈의 물음에 윤택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 네가 그곳에 있느냐? 그토록 그리워하고 바라던 이가 눈앞에 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음에 윤택은 괴로웠다. 저를 보고 격히 흔들리는 명훈의 모습이 안쓰러워 제 상황을 잊을뻔하였다. 허나 명훈의 주위를 감싸고있는 관군의 모습은 그와 명훈이 전혀 다른 길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찌하여 난, 홍장군을 만났던 것이며, 왜 너는 이 곳 태천의 현감인게냐? 헤어진지 오랜시간이 지났거늘 명훈은 언제나 윤택이 꿈꿔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더 성인의 분위기를 지녔지만, 여전히 윤택의 눈에는 작고 연약하고 착하던 아이와 겹쳐보였다.


"설마, 성이.. 반란군... 이요?"
"그래."



단 한마디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리 무거울까? 윤택은 차마 명훈을 응시할 수 없었다.
내 너와의 정은 중하나, 내 의지와 생각으로 여기 서있으니, 필하다면 내 너와 맞설것이다.
그런 윤택의 단호한 의지를 읽은 것인지 명훈은 덜덜 떨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주변의 관군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반란군이다. 주상전하께 해가 되는 이들이니라. 용납치말거라."
"저 고을을 함락시키는것이 우리의 일이다. 돌격하라!"





---



푸욱-



명훈의 얇은 피부를 찢고 박혀들어간 것은 분명 윤택 자신의 검이었다. 마지막 순간 명훈은 윤택을 노리던 제 검을 멈춰버렸다.


"왜, 그랬느냐? 난 네 말대로 반란군이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에 젖은 명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닥에 쏟아지는 저 붉은 것은 명훈의 생명이었다.

보낼 수 없었다. 내가 어찌 나의 손으로 널 보낼 수 있겠느냐?

윤택이 급박하게 검을 뽑아내고 울컥 쏟아지는 피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난을 일으키며 지금껏 지독하게도 보아온 피가 이토록 두려운 것이었는지, 윤택은 처음으로 깨달은 기분이었다.




“...형..님.”



명훈의 낮게 쉰 목소리에서는 점점 힘이 없어지고 있었다.




“... 참으로 멍청하지 않소. 이리될것을 알았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을.”
“운명이 인간의 손으로 바뀐다더냐?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없는 것이다.”



냉담하게 답하였지만, 윤택은 지금 급박한 심정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정인(情人)을 죽일수는 없었다. 간신히 어렵게만난 연인(戀人)이었다.



명훈의 맑았던 눈동자가 점점 흐려지며 느리게 윤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치게 피를 쏟아낸탓에 파리하게 질린 입술이 천천히 달싹였다.




".........................."




거의 들리지않는 희미한 목소리.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 윤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내지않는다. 내가 이리 간신히 손에 넣은 널 보낼 줄 아느냐?


그런 윤택을 아는지모르는지, 명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있을 뿐이었다.







+ + +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딱 딱한 사람이지만 나에게만은 따스해지는것이 기뻤고, 내가 한양으로 떠나는게 되었을땐 아쉽다 생각했고, 한양에서는 미칠듯한 그리움에 잠못이뤘다. 그것은 혼례식을 치룬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부모님도, 내 지어미된 여자도, 심지어 나의 피를 이어받은 어린 아들도 날 채우지는 못했다. 원체 강직한 성격탓에 좌천되다싶이하여 태천현의 현감으로 부임했을땐,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날 지아비랍시고 믿고 따르는 부인에 대한 미안함과 어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 그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이곳에서 차라리 마음정리를 하자. 다시 돌아갔을때는 한 여자의 지아비로써, 한 아이의 아비로써 떳떳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하자. 그리 생각했다. 허나, 나의 눈에 그가 비친 순간 어이없게도 깨달아버렸다.




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저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것임을.




[윤택명훈] 반란(叛亂) 中



by. 휘나인




작 지만 깨끗한 방. 부드러운 요위에는 파리한 안색의 어딘가 어린 이미지를 지닌 남자가 누워있었다. 창백하고 메마른 시체같은 모습이지만 가늘게 이어지는 얕은 숨이 남자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한명의 사내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태천현감을 사로잡은이후 윤택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홍경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만 바라보는 사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임호원도 참.. 대체 몇일째 지극정성인거요. 벌써 열흘도 넘었소이다."
"깨어나는 모습, 내가 봐야만하네. 내가 이 손으로 이 아일, 이리 만들줄은 몰랐어."




아이.

윤 택의 말을 듣던 홍경래가 작게 한번 그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누가봐도 시커먼 사내놈이거늘 사내의 눈에는 마냥 어린아이로만 보이는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타인에게 냉담하던 사내를 흔드는 이가 같은 남자라는 것은 어찌된것인지.
아무리 경직된 유교관념을 지녔다 할지라도, 사내들끼리 모인 집단에 그런 경우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윤택의 모습은 예상이상이었다. 저것은 마치 연모라기보단, 열렬한 숭배와 비슷했다.




"현 우찬성대감의 자제분과 어찌 아시는게요?"



단 한번도 제 과거를 털어놓지않던 윤택이었기에 기대도 않고 물었건만, 의외로 깊은 한숨과 함께 윤택이 입을 열었다.



" 내 7살때 처음 산음현에서 만났지. 햇볕에 그슬린 민초들과 비슷한 삶을 살던 나에게 처음으로 양반이란게, 사회의 지배계층이라는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었다할까. 뽀얀 얼굴과 귀여운 목소리로 어울리지않게 위엄어린 말투를 하는 어린아이. 고작해야 5살의 꼬마면서 타인을 부리는데 익숙한. 누가봐도 정진정명한 양반가의 금지옥엽. 위의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많아 유난히 귀여움받고 자랐던터라, 귀한태가 나는 그런 존재였네, 명훈이는."



말을 마친 윤택이 똑바른 시선으로 홍경래를 응시했다.



"내가 이 아일, 명훈이를 좋아함을 이미 알고있겠지."
"눈에 보이니 어찌 모르겠소. 그런데 왠지, 연모보단 숭배에 가까워보이오."
" 홍장군의 눈에 그리 비친다면 사실이겠지. 내가 언제부터 명훈일 연모하게 된것인지는 나도 모르네. 예쁘다 생각했고, 지켜주고 싶다 그리 생각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명훈이를 보면 심장이 뛰더군. 헤어지고 싶지 않았네. 허나 아이의 장래, 이 사회적 위치. 그 모든것을 생각해 딱 한 번만 놓아주자, 그리 생각했지."



윤택이 손을 들어 조심스러운 손길로 명훈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치 깨질것같은 공예품을 다루듯이.



"두 번 다신, 놓치지않네. 놓아줬는데 내 손으로 날아들어왔으니... 죽음 같은 것에게 뺏길줄아는가."



조 심스럽지만, 한없이 광기어린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는 왠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윤택은 무서운 사내였다. 평상시에 워낙에 허허실실 웃고 온화하게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원한 것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손에 넣는 타입이었다. 지금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탓인지는 몰라도 명훈은 굉장히 연약하고 여린 이미지가 있는만큼, 윤택이 명훈에게 가지는 감정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것은 아니자만, 같은 성별의 존재인만큼 윤택에게 걸린 저 남자에 대해 약간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나, 이 이상 명훈과 윤택의 관계에 끼어드는것은 자신에게도 위험하다는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홍경래는 그저 외면을 택하기로했다.



"적당히 하시게나, 호원. 자네의 말을 들어보자면 섬세한 이인것같은데, 너무 몰아붙이면 서로간에 상처만 될터이니."
"알고있네."




---



깜박-


영원히 뜨일것같지않던 명훈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흐릿한 시야,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지독한 고통, 엷은 약초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흐으...."
"...명훈아? 깨어난거냐?!!"




어 찌된것인지 움직여보려던 명훈이 들려온 목소리에 굳어졌다. 그립던 목소리를 듣는순간 명훈은 모든 생각을 멈췄다. 그때 반란군이 된 윤택을 보고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었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그의 칼을 맞았었다. 온몸으로 퍼지던 둔중한 고통에, 일그러진 윤택의 얼굴에 왠지 허무하여 눈을 감았는데 어째서 지금 윤택의 목소리가 들리는것일까?
하지만 곧이어 보인 얼굴에 명훈은 차마 그를 응시할 수 없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네가 죽을까 걱정했다."
"...왜?"



왜 날 살린게요?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못할 말을 삼키며 명훈은 윤택을 바라봤다. 그것을 알았음에도 아무 대답없이 명훈을 응시하던 윤택이 몸을 일으켰다.



"네 먹을것을 조금 가져오마."




---




명훈이 깨어난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둘의 사이는 변화가 없었다.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헌신적으로 명훈을 돌보는 윤택과 혼란해하면서도 그런 윤택에게 아무런 물음없이 갇현 명훈. 그런 관계를 깨트린것은 명훈이었다.



"뭘 원하는건지 말해보시오."
"원하는것?"
"양반의 긍지마저 다 버리고, 적대적인 관계의 날, 왜 이리 살려두었소? 뭔가 원하는것이 있을것 아닙니까?"



그저 넘어가, 모른척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명훈은 지나치게 강직했다. 그런 명훈이었기에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따위,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잘아는 윤택이었기에 일부러 넘기고 있었고.



"아무것도 없다하면 믿지 않겠지."
"..."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모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그것이 중하신 겁니까?"
"내겐 중하다. 내가 널 연모하고 있다."



윤택의 고백에 명훈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 눈동자와는 달리 명훈은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윤택을 응시했다.



"난 이미 한성에 처자식을 두고온 몸임을 모르십니까? 게다가 비역질이라니. 형님, 미친게요?"



명훈의 차가운 비웃음에 윤택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윤택의 모습에 명훈은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띄웠다.



" 그딴 자기만족을 위해 날 살린거요? 참으로 대단한 연모이올시다. 그래, 현 조선에선 날 어찌할 수 없으니, 반역이라도하여 날 그 손에 넣어보겠다. 그런 심산인가본데... 내 한때 동경하고 존경했던이가 이정도의 그릇이라니, 실망이오."


완전히 핏기없이 질린 모습을 보며 마지막 확인사살까지 날린 명훈이 요에 누워 윤택을 외면했다. 그 모습에 하얗게 질렸던 윤택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홱-


갑 자기 젖혀진 이불에 당황하던 명훈은 곧이어 제 입술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당황해서 몸을 버둥거렸다. 상대를 떨어뜨려 놓기 위해 가슴을 밀어내던 손이 잡힌탓에 가만히 당하던 명훈이 제 입속을 배회하는 혀를 깨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졌을때 명훈은 입가에 작은 핏방울이 맺힌채 아무런 표정없이 명훈을 바라보는 윤택을 볼 수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윤택을 알아온 명훈조차도 처음보는 표정.




"그래, 내 널 원했지. 널 이리 내 아래 눕히고 범하는것을 꿈꾸었더랬다. 네 말대로 내 그릇은 이정도밖에 되지않는 것이겠지. 반역을 통해 널 이리 내 손에 넣었으니, 내가 맘대로 처리해도 되는것 아니겠느냐?"
"맘대로 해보시오. 그런다고 내, 굴복할거라 생각진 않는게 좋을겁니다."




---




"흐, 으아악- 큿..."
"입술, 깨물지 말아라."



서로의 맘을 열지않은채 이뤄지는 정사는 잔혹했다.
애 무라기보다는 능욕에 가까운 움직임,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행위에 명훈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 외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파리하게 질린채 몸을 덜덜떨며 제 욕망을 받아내는 명훈을 범하는 윤택의 표정또한 더할나위없이 비참했다.



"아읏- ...크으... !! 흐앗.."
"날 욕해도 좋다. 네 몸만을 탐한다, 그리 비웃어도 좋아."



고통과 쾌락으로 흐려진 명훈을 바라보며 윤택이 고통스레 그리 속삭였다.



"그렇게라도, 널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네 몸만이라도 내 것이라- 그리 믿고싶다."
"아아윽- 흐,,, 으..응... 하읏!"



그 와 동시에 거칠어진 윤택의 용두질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틀었다. 곧이어 윤택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눈을 감아버린 명훈. 그저 기절한것임을 안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흰 몸에 새겨진 자신의 욕망의 흔적들, 피와 제 정액으로 엉망이 된 명훈의 비부. 그 모든 것이 괴로웠다. 채 다 낫지도 않은 아이의 도발에 분노에 휩쌓여 범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처음에야 지독한 분노와 섭섭함에 시작했지만,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희고 깨끗한 몸, 성인임에도 순진한 눈동자, 제 자신을 유혹하는듯한 달큰한 체향. 게다가 싫다곤하면서도 거부의 행동을 보이지않는 명훈의 모습에 제 욕망에 휩쌓여 거칠게 대해버린것이 못내 죄스러운 윤택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명훈아."





---




"나오셨소?"
"...홍장군."
"후회는 하지마시오, 호원. 그것이 도리어 더 큰 상처로 남는 법이외다. 그런 죄책감을 안고 그를 볼 셈이요?"



작게 열린 문사이로 풍기는 비릿한 살내음과 피냄새. 그리고 죄책감과 후회로 얼룩진 윤택의 표정에 홍경래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미 저지른일에 저런 얼굴을 하는것은 옳지않았다.



"기억하시게. 자넨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것을."
"고맙네, 홍장군."
"별말을."


멀어져가는 홍경래를 바라보며 윤택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상처입은것은 너인데, 내가 상처입은것처럼 행동하면 안되겠지.



====



점 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상황이 급박해지는듯 했다. 자신의 냉대에도 매일같이 찾아오던 그의 모습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것을 보면.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곤했다. 어째서 자신이 그를 떠올리고 있는것인지. 매일같이 바쁘게 지내던 나날에서 벗어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각을 하게된탓에 쓸모없는 고민이 많아진 것이리라, 그리 넘기기로 했다.





"잘.. 지냈느냐? 식사는?"



"잘하고 있었으니, 너무 신경쓰지마."




그 날 이후 그에게 존대를 하는것은 포기했다. 아무리해도 그에게 다시금 옛날처럼 행할수가 없었다.





"그래..."




자리에 누운 자신의 옆에와 낮게 중얼거리며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눈물나게 안타깝고 슬퍼서,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내게, 다정하게 대하지마. 날, 흔들지마.





[윤택명훈] 반란(叛亂) 下





처 음의 그 폭력과도 같은 정사 이후 윤택은 종종 명훈을 품에 안았다. 그저 체념한듯한 얼굴로 지금껏 지켜오던 자신에 대한 존대도,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도, 모든것을 잃어버린채 자신을 서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명훈의 모습에 지독한 상실감과 고통을 느꼈지만, 그것은 내가 표현할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무조건적으로 밀리기만하던 현들도 점점 대항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세를 늘리는것도 힘들었고, 게다가 불안한듯 동요하는 군사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멀지 않았을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명훈아."

"..."


아무런 표정없이 자신을 흘깃 응시하는 명훈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등을 돌린채있었지만 제 말을 듣고있음은 알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 다가오는것같다."



"..."



"만약 이곳이 함락된다면, 넌 어찌될것 같으냐?"


"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지. 운이 좋아 살아남는손 치더라도 한성의 저택에 갇혀 평생 유폐된채 살아가거나. 반란군에게 지고, 추하게 포로로서 목숨을 부지한 자에 대한 벌은 그것뿐야."


"우찬성대감의 자제에게 그정도의 처벌을 내리진 않을테지."



윤택의 말에 명훈이 몸을 일으켜 윤택을 바라봤다. 그 어느때보다 더욱 차갑고 냉기마저 감도는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그거, 나에 대한 모욕이라 받아들여도 되는건가? 내 이리 당신에게 매여있다고 그리 쉬이보이던가? 아비의 권세를 믿고 방자하게 날뛰는 그런자라- 그리 생각한건가! 얼마나 내가 우습게 보였는지 알만하군. 임윤택, 당신이 그딴 소릴 할 정도면 말야."



한 참동안 자신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누운 명훈. 그런 명훈을 바라보던 윤택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했다. 이 강직하고 올곧은 명훈이 그럴리 없음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있었다. 어릴적부터 제 능력으로 인정받는것을 제일 기뻐했음을, 제 노력이 제 아비의 권세때문이라 칭해질때의 그 분노를 잘 알고 있었으면서 어찌 이리 실수를 해버린건지.. 한참이나 명훈의 등을 바라보던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쉰 후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와 답답함에 달을 바라보던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가 다가왔다.





"또 왜 그런 표정인게요?"

"누구보다 명훈이 녀석의 성격을 잘 알면서, 실수를 해버렸네."



낮게 한숨을 몰아쉬는 윤택의 모습에 홍경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냉담하고 방관적이던 사내가 어찌 그에게만 저리도 물러지는지.



"어릴적부터 자존심이 강했지. 제 아비의 권세에 아첨하는 이들을 혐오하고, 제 능력으로 모든것을 하려고하는, 그런 고집센 어린아이였어."

"꽤나 권세가 도련님치곤 의외로군요."

"의외지. 강직하고 올곧은, 그런 성격이 눈에 보이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그런 이에게 아비가 권세가 있으니 괜찮을것이라, 그리 얘기했으니 저리 화를낼수밖에. 다른이도 아닌 내가 했음이니."

"호원이 했다는게 문제가 되는거요?"

"어쨌든 그와 가장 가까운게 나아닌가."




흐린 웃음을 짓던 윤택이 낮게 한숨을 내쉰 후 표정을 굳혀 홍경래를 응시했다. 방금전까지의 고민이 마치 거짓처럼 차갑고 냉담한 얼굴이었다.




"관군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지?"

"썩어도 준치라는 것이겠지요."



홍경래의 말에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았다.



'운이 다한것인가...'



***




음력 4월 17일 정주성



"호원, 이제 운이 다한것같소이다."

"어찌 그리도 약한 소릴 하시는게요?"




말은 그리하지만 윤택의 얼굴 또한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 윤택을 보며 홍경래는 쓰게 웃었다. 그 누구보다 머리회전이 빠른 남자다.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어찌 모를까.



"그대에겐 우찬성의 자제인 천평도 있지 않소. 그를 살려야지요."



"..."




복잡한 윤택의 얼굴을 보며 홍경래는 웃었다. 그대가 그와 엇갈리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자신이니 적어도 이런 사죄는 해야할터였다.




"가시오, 호원."



"미안하네."



"부디, 살아남아서 행복해지길 빌겠소."





방 밖으로 멀어져가는 윤택을 보며 홍경래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마 힘들테지만, 그라면 왠지 가능할 것 같기도했다.






---






허억- 허억-


어 두운 산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했다. 조금만 더 달아나 청의 국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을테지만, 평안도의 산악지대는 너무도 험난했다. 한참을 움직이던 윤택은 완전히 지친 명훈을 보며 결국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하게 높은 나무들 덕에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은 다행이나, 동시에 지독하게 험난한 지형은 그들의 체력을 금방금방 앗아갔다. 특히나 전형적인 선비로서 공부만해온 명훈에게는 더더욱.




"괜.. 찮은거냐?"

"하아.. 괜찮습니다."




사흘 전 정주성이 함락된 후 거의 쉼없이 달려온 명훈이 괜찮을리 없건만 명훈의 얼굴은 고집스러웠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 괜히 제 욕심으로 명훈을 데려온것이 아닌가싶어 윤택은 괴로운 기분이었다.




"너무 고집피우지마라."

"괜. 찮다해도 왜 그러십니까, 성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러버린 명훈의 어조는 거의 예전과 비슷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런 사소한 것이 기뻐, 윤택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알았다."



그 때였다.




「저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곳임에 틀림없어!!」




조금 멀긴 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택과 명훈의 몸이 굳었다.



"저 쪽으로 가자."




급 박하게 말하는 윤택의 모습에 명훈 또한 지친 몸을 일으켰다. 거의 먹은 것이 없는 탓에 순간 어질한 명훈이었지만, 윤택에게 짐이 되는 것은 싫었다. 따지고 보자면 납치인 상황인데 어째서 자신은 윤택을 따르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그랬다.

자신의 손을 잡는 이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쏴-


후두둑- 후두둑-



마 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쏟아지는 비를 보며 윤택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청이 멀지않았거늘, 이 비 때문에 발이 묶인 상황이 짜증스러웠다. 간신히 동굴을 발견해 비를 피하긴 했지만, 이미 비를 잔뜩 맞은 명훈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명훈아."




윤택은 명훈의 팔을 잡고 제 품으로 끌어들였다. 완전히 얼어버린 작은 몸이 아무런 저항 없이 가볍게 그의 품으로 딸려왔다. 자그마한 그 온기가 눈물나도록 가여워, 안쓰러워 윤택은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널 놓아주는 것이 좋을까?

윤택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포기하고 명훈을 안은 손에 힘을 더했다. 근처에있는 관군들에게 들킬까봐 차마 불도 피워주지 못함이 못내 미안했다.



「여기 흔적이 있다!」




점점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윤택은 눈을 감았다.




내가 널 어찌 지켜야 좋은 걸까? 네가 대답해주렴.






동굴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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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이 백련각(白蓮閣)으로 들어간것은 8살이었다. 부모의 고리대의 빚은 가족을 풍비박산냈고, 어렸던 명훈은 청기(靑妓 : 춤&노래만 부르는 기생)나 홍기(紅妓 : 몸을 파는 기생)를 위한 몸종으로서 백련각에 팔려왔다. 그랬던 명훈의 재능을 알아본것은 행수(行首)인 지란(智蘭)에 의해서였다. 가늘고 조그만 체구와 곱상한 외모. 사내아이 답지않은 고운 목소리. 우연히 명훈의 노랫소리를 들은 지란에 의해 명훈은 청월(淸月)이라는 기명을 받고 기생이 되었다.





"이름은 청월이라 하옵고, 저희 백련각에서 제일로 노래를 잘부르는 아이이옵니다."

"지란, 그대가 그리 말한다면 어찌 아니 들어보겠나? 한 번 불러보거라."





명훈은 그저 낮게 눈을 내려깔며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기생 청월에게는 그 무엇도 거부할 힘이 없었다.







[윤택명훈] 기생







명훈은 백련각 후원에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재주로는 백련각, 아니 한양 제일이라곤 하나, 어차피 사내. 명훈을 경멸하는 다른 기생들이 명훈에게 말을 걸리가 전무했다. 다만 한 존재를 제외하고.





"어찌, 또 넋을 놓고있어."

"별것 아닙니다. 어찌 이 곳에 오신겝니까?"

"이틀 뒤 중요한 손님이 오실게다. 너도 익히 들어봤겠지? 좌판서이신 임대감님의 막내 자제분. 그 분께서 네 재주를 구경하고싶다 하시더구나."

"그러하옵니까?"





그저 낮게 물어오는 명훈의 음성에 행수인 지란은 쓴웃음을 지었다. 기생팔자 더럽다만은 너만 하겠느냐?





"어쩌면, 네 머릴 얹겠다 하실지 모르겠구나."

"머릴... 얹는다?"





명 훈은 입술을 깨물며 반문했다. 제 나이 벌써 17. 계집아이의 나긋나긋한 곡선은 커녕 사내놈의 딱딱한 몸으로 변화하고 있거늘, 어찌 사내자식의 몸을 꺽어보겠다는 이가 이리도 많은가? 재주를 파는것도 모자라, 이젠 몸마저 팔아야하는 그런 신세가 되어버린겐가? 이미 몇차례나 머리를 얹어주겠다던 양반님네들을 거부해왔거늘. 하지만 명훈 자신도 잘알고 있었다. 더이상 미룰수도 없다는것을.





"제가, 사내임을 모르는 분이십니까?"

"아실게다. 백련각의 기생, 청월이 사내라는것을 모르는 한양사람도 있다더냐?"

"그렇겠지요. 알아들었습니다, 행수. 이만- 가보셔도 괜찮습니다."

"정녕 괜찮더냐?"

"제 의지따위 아무런것도 아님을 잘 아시잖습니까?"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던 지란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명훈은 그저 하늘을 응시했다. 이미 눈물따위 말라서 흐르지않은지 오래였다.





"지치는구나. 참으로,,, 지쳐."





이 창살없는 감옥에서 나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낱 새들조차 저리도 자유로운데, 어찌 자신은 원하는곳에도 못나가나? 괴롭게 한탄하는 명훈의 모습이 유난히 지쳐보였다.





-





"대단... 하군."

"한양에서 제일로 노래를 잘부른다 하였다만, 이정도일줄이야."





명훈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멍하니있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감탄했다. 곱고 맑은 그 미성은 그들이 예상한 것 이상이었기에.





"과찬이시옵니다."

"아니, 과찬이 아니다. 참으로 놀라운 솜씨였다."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젊은 사내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동조하며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명훈은 직감적으로 저 사내가 임대감댁의 막내 자제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곳으로 오너라."

"네."





가까운 곳에서 본 사내는 헌헌장부가 따로 없음이었다. 훤칠한 외모와 훌륭한 성격. 듣자하니 뛰어난 재능과 나랏님의 총애마저 받는, 축복받은 존재. 순간 저도 모르게 칙칙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명훈은 사내에게 술을 따랐다.





"내, 임윤택이라 하니라."

"기생, 청월이옵니다."

"청월이라.. 맑은 달. 좋은 기명이로구나. 여기서는 더 이상은 묻지않으마."





윤택은 참으로 친절하고 다정했다. 기생이라하여 그저 무시하는것도 아니라 다정하게 웃기도했고, 명훈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명훈이 그리 생각한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술자리가 계속되자 점점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명훈 또한 윤택에게 이끌려 방으로 옮겨졌다. 이미 어느정도 각오한 일이었지만 두려움에 떠는 명훈을 보며 윤택이 물었다.





"내가 처음이더냐?"

"...네."





망 설이며 답한 명훈의 모습에 윤택이 낮게 웃으며 옷고름에 손을 가져갔다. 분명 사내라하였건만 이 작고 가녀린 모습은 웬만한 계집 이상으로 여렸다. 저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저고리 고름을 풀어내자 보이는 뽀얀 피부. 하나하나 옷이 벗겨지며 가늘고 작은 몸이 점점 윤택의 눈앞에 드러났다. 이 아름다운 몸을 처음으로 허락한 상대가 자신이라 생각하자 치밀어오르는 정념을 견딜 수 없었던 윤택은 거칠게 명훈을 넘어뜨렸다.





"읏-!"

"네 이름이 뭐지? 기명이 아니라, 이름."

"아.. 아프옵.. 으읏!!"

".. 네 이름을 물었다."

"며.. 명훈.. 김명훈..."





거칠게 제 손목을 잡고 강요하는 윤택의 모습에 명훈은 약간 눈물이 고인 눈으로 힘들게 답했다. 두려웠다. 다정하고 착해보이던 사내가 보이는 이 격렬함이.

그런 명훈의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생각한 윤택이 다정스레 명훈의 눈물을 닦아주며 낮게 속삭였다.





"명훈이라.. 좋은 이름이로구나."

"..."

"내 이름은 임윤택이다. 기억해두거라. 네 첫남자가 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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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하지만 나, 당신 옆에 있을 수 없어.”


몇 번째 헤어짐일까? 윤택은 멀어져가는 여자를 보며 담담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윤택이건만 어찌된 것인지 연애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고작해야 6개월에서 길어야 1년 남짓. 그것도 모두 상대방의 거절이었고, 게다가 하는 말 또한 똑같았다. 당신 옆에 있을 수 없다. 당신은 날 바라보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윤택은 알 수 없었다.




[윤택명훈] 열정 01




“축하한다, 임윤택. 몇 번째 차이는거냐?”
“몰라.”


자신을 놀려먹는 영진의 목소리에 담담하게 답하며 윤택은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 윤택을 바라보던 영진은 들리지 않게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윤 택은 좋은 녀석이었다. 친절하고 다정하며, 배려심 넘치는 멋진 남자. 허나 그럼 뭘 하는가? 윤택은 인간관계에 있어 이상할정도로 담담하고 냉정하게 반응했다. 윤택의 친절은 하나의 벽을 두고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다가가기 쉽지만, 그 이상의 허용은 하지 않는 냉혹함. 윤택의 벽을 넘어간 이는 극 소수였고, 그 중의 한명이 자신이었고, 울랄라크루 중 울랄라세션이라 이름붙인 팀원들. 그 외엔 가족밖에 없었다. 여자들 또한 사귀며 그런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랬기에 잔혹한 다정함을 지닌 윤택을 원망하며 결국 멀어져버린다. 아마 윤택도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을 터였다.


“넌 정말 어려운 녀석이야.”
“나도 알아.”


윤 택은 방금 전 헤어진 사람답지 않게 아무런 감정 없이 중얼거린 뒤 피식 웃었다. 사랑이라. 그다지 믿기지 않는 소리로군. 앞에서 술을 마시는 영진을 보자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은 윤택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에겐 사랑이라 칭하는 그 감정놀음보다 음악이 중요했고, 춤이 훨씬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울랄라세션의 맴버인 승일, 명훈, 광선이 자신의 안으로 다가온 것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기에. 윤택은 자신이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넌 너무 인간관계가 삭막해. 사실 난 네가 걱정스럽다. 임윤택. 넌 타인에게 너무 무관심해. 네 세계엔 너 밖에 없어. 그걸 알기에 난 두렵다. 언젠가 네가 떠나버릴까봐.”


진지하게 말을 건네는 영진의 모습에 윤택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도 내가 두려운데, 너라고 별 수 없겠지. 윤택은 영진이 건네는 그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음악이 있고, 춤이 있는 한 그럴일 없을꺼다.”
“우리의 옆에 있는다는 소린 안하지?”


윤택은 아무런 대답 없이 술을 마셨다. 내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은 던지지마.



---



“윤택형-!!”


명 훈이 환하게 웃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윤택의 옆으로 다가왔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녀석은 귀여웠다. 곱게 휘어지 눈꼬리도, 얼굴에 환하게 띄워진 미소도,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도 모두.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는 아저씨인 녀석이 이리 귀여워서야 원. 울랄라세션의 맴버들은 윤택 저와 비슷한 성향이었다.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홀로 선 녀석들. 다만, 이 녀석들은 저보단 훨씬 관대하고-

인간적이었다.


“어제 술 많이 마셨다고 군조형이 그러던데?”
“쓸모없는 소리를 내뱉었잖아, 그 녀석. 그렇게 많이 안마셨으니까 걱정 말고 연습이나 하러가자.”


녀 석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연습실로 들어가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음을 맞춰보던 광선도, 혼자서 뭔가를 고민하는 듯 악보를 들고 끙끙거리던 승일도 환히 웃으며 윤택을 맞이했다. 지나치게 맹목적이고 다정한 녀석들이라 약간은 곤란하다 생각하는 윤택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윤택을 보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형, 어제 술 많이 잡수셨다면서요?”
“얼마나 마시셨기에 군조형이 그렇게 걱정하시는거에요?”
“그리 걱정할 만큼은 아니니까 괜찮아. 야, 살다보면 술도 마시고 그러는거지, 뭐.”


아 무렇지 않은 듯 답하는 윤택의 모습에 조금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면서도 녀석들은 포기한 듯 자리로 걸어갔다. 영진이 녀석, 한 번도 자신을 잃을 만큼 마셔본 적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저리 걱정이 심했다. 요새 속이 조금 안 좋다는 얘기를 한 탓인지도 몰랐다. 하여간 영진의 앞에서는 말도 조심해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윤택이 동생들과 음악에 대한 상의를 시작했다. 저에게 엄격한 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성격과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윤택 덕에 가볍게 시작된 상의는 생각이상으로 본격적인 것이 되어있었다. 겨우 2시간 가까운 긴 시간의 상의의 탈을 쓴 회의를 마친 그들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축 늘어졌다.


“진짜, 윤택형 체력도 좋지. 진짜 형의 저 완벽주의적 성격은 좀 지나치지 않아요?”


광 선이 아직도 악보를 보고 있는 윤택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제일 젊은 자신보다 훨씬 팔팔해 보이는 모습이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그런 광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승일과 그런 힘조차 없는 듯 대답 없이 늘어진 명훈의 모습을 바라본 윤택이 피식 웃었다. 말들은 그리해도 실제 불만은 없다는 것을 아는 탓이었다.


"어중간한 것보다는 낫지. 이제 끝났으니까-"


윤택이 웃으며 맴버들을 응시하자 가장 밝고 활달한 명훈이 눈을 빛내며 윤택을 응시했다.


"고기나 먹으러갈까?"
"찬성!!"
"저도요."
"나도~"


윤택의 말에 혹여나 말을 바꿀까 곧바로 튀어나오는 대답에 윤택이 웃었다. 아아- 내 옆에서 너희들이 웃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있고, 가장 좋아하는 춤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따윈 필요치않아.



-



"별거 아니래요, 형."


홀 로 결과를 기다리던 윤택은 붉게 변한 눈가와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는 승일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비밀을 감추려해도 승일은 얼굴에 잘 드러나는 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문제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불러 이야기한다는 패턴은 너무나 뻔했다.


"야. 그런 표정이면 누가 봐도 암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식으로 던진 저의 그 말에 다시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을 바라보며 암담함을 느꼈다. 아니길 빌었는데 결국 나쁜 예감은 사실이 되어있었다.

내가 지나치게 타인에게 무심했던 벌을 받는가보다. 나는 괜찮은데, 내게 있어 죽음은 그 어떤 의미도 지니질 않는데, 나보다 아파하고, 나로 인해 상처입을 너희들을 생각하니 괴롭다.




[윤택명훈] 열정 02




윤 택의 소식을 들은 광선은 믿기지 않는듯 아닐거라고 절규하며 울었다. 승일은 그런 광선을 바라보며 같이 울었다. 허나, 명훈은 울지 않았다. 그들의 연습실이 눈물바다가 되어버렸음에도, 평상시의 풍부한 감정표현과는 달리 그저 입술만을 깨물뿐, 놀라울만큼 담담하고 서늘한 표정으로 그저 듣고, 그들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윤택이 병원에서 돌아왔을때에도 승일과 광선의 울음을 달래고, 분명 괜찮아 질것이라 그리 담담히 말했다. 광선이 그런 명훈을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듯 화를 내며 소리쳤다. "형은 윤택형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수 있어!!"라며.

언제나처럼 연습실에 나타나,
언제나처럼 연습을 하고,
언제나처럼 집으로 향하고,

광선은 그런 명훈을 보며 화를 냈다. 종래에는 "저렇게 냉정한 사람일줄 몰랐다."며 그리 실망한 말투로 명훈을 외면했다. 승일 또한 아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명훈에게 내심 서운해지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질꺼에요, 윤택형."


명 훈은 그저 윤택에게 그 한마디만을 건넸을뿐,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않는것처럼 보였다. 그 직후 윤택은 항암치료를 위해 연습실에 나타나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그리 윤택이 없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날 무렵 겉으로는 괜찮아보이던 명훈의 이상을 알아챈것은 승일이었다.
명훈은 원래 마른녀석이었다. 원래 마른 체질인데다가 입도 짧고, 소식을 하는탓에 명훈의 몸무게는 언제나 50대 초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지금의 명훈은 마치 쓰러져버릴것처럼, 병적으로 말라있었다.


"야! 김명훈. 잠깐 애기 좀 하자."
"읏- 형, 아파요."


승일이 잡아챈 팔을 빼내며 작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명훈이 항의했지만 승일은 그것에 신경쓸 수 없었다. 그 손에 잡힌 명훈의 팔은 그야말로 뼈밖에 없다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말라있었다.


"형? 저 가봐야되서 미안해요."
"아니, 저-"
"죄송해요. 내일 얘기해요."


명훈이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달려나가버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광선이 승일에게 다가왔다.


"왜 그리 넋을 놓고 있어요, 형?"
"명훈이, 원래 저렇게 말라있었나?"
"원래 마른 사람이잖아요."


광선은 아직 명훈에 대한 섭섭함이 풀리지 않은 듯 퉁명스레 답했지만, 승일은 그런 광선을 보면서도 명훈에 대한 걱정을 버릴 수 없었다.


"김명훈, 너.. 어떻게 된거야?"


그 정많고, 다정한 녀석이 이상하리만치 냉정하게 구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일은 윤택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명훈에 대한 걱정으로 낮게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근래 윤택이 입원한 뒤로는 연습을 마치자마자 일분일초가 급한것마냥 급박하게 나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기분이 드는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



거의 열흘만에 병원에서 돌아온 윤택은 아무렇지않게 웃으며 들어왔다. 언제나 기르고있던 머리카락을 완전히 다 밀어버린 모습이었지만, 그런 모습조차 눈물나게 반가운 기분이었다. 광선 또한 윤택의 모습을 보고 머리를 다 밀어버린탓에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승일은 명훈을 바라봤다. 윤택 이상으로 초췌해진 명훈은 그런 윤택을 보며 힘없이 옅게 웃고있었다.


"야, 박광선. 너 진짜 안 어울린다. 그러니까 그냥 다시 길러라."
"네?!!"


아무렇지않은 표정으로 말하며 웃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윤택의 모습에서 안도를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윤택은 울랄라세션의 중심이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였으니까.
연습을 끝내고 한명한명의 단점을 지적하는 모습조차 그대로라 윤택이 암이라는 사실이 마치 지독한 거짓말같았다.


"마지막으로, 김명훈. 너 노래에 힘이 너무 없다. 너 자신도 느끼고 있지? 네 맘에 안드는 노래는 다른 사람이 듣기에도 좋지 않다는거 네가 더 잘알거라 믿는다. 게다가 호흡도 조금 부족하니까 그것만 주의하도록!"
"네."


윤택이 명훈에게 지적한것은 승일도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여전히 명훈의 노래는 훌륭했지만 언제나 꽉 차있는듯한 그런 느낌이 부족했다.


"자- 그럼 해산."




-



윤 택의 재입원이후 근 일주일만에 병실에 찾아온 승일은 안에서 낮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고개를 기울였다. 얇고 가는 미성은 분명 윤택의 음성은 아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본 승일은 바보같은 원망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To help me cope with anything



If you see the wonder of a fairy tale



You can take the future even if you fail "




고요한 병실에서 명훈의 무릎을 베고 잠든 윤택과 조용히 눈을 감은채 노래를 부르는 명훈의 모습이 지나치도록 서글퍼서, 안타까울만큼 사랑스러워서, 승일은 그저 문에 기댄체 눈물만 흘렸다.






[윤택명훈] 열정 03






윤 택에게 입원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지금껏 살도록 입원할만큼 심하게 아팠던적도 없었고, 지금도 그렇게 지독한 아픔이라던가 그런것이 없었기에 윤택에게 암이라는 병명이 실감이 나지 않는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윤택 자신이 지닌 죽음에 대한 개념이 타인과는 전혀 다른탓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녀석들이 우는건 조금 많이 괴로웠어."




윤 택이 암이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 마치 제 자신이 암에 걸린것마냥 서럽게 울던 광선과 그저 저를 바라보며 눈물만 뚝뚝 흘리던 승일, 아무렇지 않은듯 말을 꺼냈지만 입술을 깨무던 명훈의 모습이 기억나 윤택은 조금 가슴이 아팠다. 타인에게 아무리 냉담한 윤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과의 세월이 벌써 15년이었다. 윤택일지라도 그들에게 소중한 감정이 싹튼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벌써 사흘째인가? 정말 지나치게 한가한데.."




언 제나 하루가 모자를만큼 의욕적인 생활을 하던 윤택에게 있어 그저 병원이라는 공간에 갇혀있어야하는 생활은 그야말로 창살없는 감옥과 마찬가지인지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다른 맴버들을 부르기에는 사흘전 입원하던 날 찾아와 울던 광선과 승일의 모습이 맘에 걸려 차마 부를수가 없었다. 게다가 명훈은 사흘째 전혀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섭섭함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소식을 듣는 순간 괴로움에 일그러지던 명훈의 눈동자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드는탓에 약간은 안도도 같이 드는것은 자신이 어리석은 탓이겠지.



똑- 똑-



느리고 조심스러운 노크소리가 들렸다. 잘못하면 놓칠만큼 작고 미약한.




"네. 들어오세요."
"혀엉- 죄송해요."




문 이 살짝 열리고 들어온것은 추위에 붉게 상기된 명훈이었다. 사흘동안 지독하게 마음앓이를 한 듯 그새 마른 모습의 명훈에게서 미약한 술냄새가 풍기기는 했지만 그리 많이 마신것은 아닌듯했다. 명훈은 조심스럽게 윤택의 침대옆으로 다가와 앉아 침대에 엎드렸다. 밖의 서늘한 공기로 인해 완전히 식어버린듯 명훈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추울지경이었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든 윤택이 손을 뻗어 명훈의 손을 쥐었다. 사내녀석치고는 작은 손은 윤택의 손에 쏙들어왔다. 작고 마른터라 안타까운 녀석이 이 추운 날 어딜 이리 쏘다니는건지. 괜스레 울컥한 윤택이 저답지않게 명훈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러뜨렸다.




"임마- 노래부르는 녀석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술마시고 돌아다니면 못써! 안그래도 목에 부담가는 부분만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절제가 뛰어난 명훈이 이리 흐트러진 이유가 저라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좀 더 차갑게나간 제 말에 홀로 당황하고 있을때 쯤, 엎드려있던 명훈이 약간 풀린 눈으로 윤택을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혀엉- 자신이 무지-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인거- 알아요?"




느릿하게 웅얼거리는 명훈의 그말에 심장이 철렁한것은 윤택이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어째서 이토록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지금껏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여자들과 같은 말인데 이토록 윤택을 흔든것은 명훈이 유일했다.




"형은- 언젠가 우릴- 떠날꺼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어딘가 한 발자국 물러선 눈으로- 우릴 마치 관찰하듯이-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명 훈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명훈이 하는 얘기는 스스로가 느끼고 있던 진실이니까. 언제나 자신은 울랄라세션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냉정한 눈으로 방관하듯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영진도 말하곤했다. 우리들 옆에 있는다는 소린 절대 안한다고. 넌 지독하게 냉정한 녀석이라고.




"있죠- 사람들이 말하길-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은- 실은- 그 누구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맞아요. 형은 사실은- 너무 냉정해. 그래서-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어요."




윤택은 아무런 대답없이 고요한 눈으로 명훈을 응시했다. 그런 모습에 명훈의 맑은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하지만 시선을 피하지않은채 올곧게 윤택을 응시했다.




"근데- 이건 아니에요. 이렇게- 이런식으로- 떠나버리는거- 그건- 아니에요. 형- 가지마요. 나- 형한테 원망- 안할께요. 그러니까... 우리 버리지마요- 흐윽-"




결 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던 명훈이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한 눈망울에 눈물이 일렁이는 모습이 안타까워 윤택이 손을 뻗었다. 나는 네가 강하다 생각했는데 잘못 알고 있었구나. 강한것처럼 행하더니 결국 제일 약한건 너였어. 너처럼 약한 녀석을 어찌해야하니, 명훈아.




"안버려.. 버리지 않을께, 명훈아. 그러니.. 울지마라. 응? 형 아무데도 안갈께."




그 리 한참을 달래어 간신히 진정한 명훈의 붉어진 눈가가 안타까워 윤택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에도 미련도 집착도 없다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 그저 단순히 좋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었던 울랄라세션 맴버들이 어느순간부터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있었다. 명훈의 눈물에 제 감정이 움직여버릴만큼.




"명훈아."
"...네?"




아직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탓에 약간 가라앉은 명훈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을 하며 윤택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노래, 불러주겠니?"
"뭐... 불러드릴까요?"




윤택은 천천히 침대에 누워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명훈을 바라봤다. 정말로 미치도록 너의 노래, 너의 그 목소리가 듣고싶을때가 있다. 오늘이 그 때인듯 싶었다.




"Everytime I Close My Eyes."



"Girl it's been a long, long time comin'



But I, I know that it's been worth the wait



It feels like springtime in winter



It feels like Christmas in June



It feels like heaven has opened up



its gates for me and you



And you've hot me too"






---







명훈은 그 이후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이상은 윤택을 찾아왔다.



맴버들에게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잡담,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병원에 갇혀있다싶은 윤택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소중한 이야기들.




"명훈아. 너 요새 좀 많이 마른것같다?"
"아아. 조금요."




웃는 모습이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훈은 아무렇지 않은듯 윤택을 보며 웃어보이곤 했다. 명훈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터라 윤택은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무리하지마라."
"네."




오늘도 노래를 불러주다가 일어서는 명훈을 보며 윤택이 잠에 취한채 말하자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답하고 나가는 명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택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영 진아, 네가 난 너무나 타인에게 무심하다 했었지? 그런데 지금 내가 내 마음을 모르겠다. 저리 슬프고 가엽게 웃는 명훈이나 너무나 걱정스러운데 한편으론 환희로 벅차 오르는 이 감정을 난 모르겠다. 내가 내 감정에 너무나 둔감했기에, 그랬기에 이 감정을 뭐라 불러야 할 지 난 모르겠어. 현명한 너라면 나의 이 감정에 답을 내려줄 수 있을까?



-



"승일아."
"네?"




윤택은 승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승일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일전에.. 보고있었지?"
"아? 네..."




순 간 윤택의 말에 당황하던 승일이 난감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거라 생각했던 윤택이 알고있었다는것을 알자 왠지 민망해졌다. 노래를 부르던 명훈과 윤택의 모습은 뭔가 둘만의 세계같아서 사생활을 본것같은 기분이라,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승일의 모습에도 윤택은 아무런 표정없이 승일을 응시했다.




"요새 명훈이가 너무 말랐더라. 좀 지켜봐줘."
"네?"
"강한척하는데 실은 너무나 약해서, 그래서 걱정된다. 너나 광선이처럼 겉으로 드러내고 아파하는 녀석이 아니라 혼자 속으로 끙끙 앓을까봐, 그래서 저 스스로를 망칠까. 네가 좀 돌봐줘라."
"네."







[윤택명훈] 열정 04







♩♬  I don't want it wan it 널 원하지만
Don't make me falling ♬♪~


영 진도가 나가지않는 편곡작업탓에 머리를 감싸쥔 승일이 들려온 벨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Bar Ulala 」




"누구에요?"
"성현이."
"성현이 형요?"




옆에서 물어오는 광선에게 대답한 승일이 폰을 들었다. 친하긴하되 중요한일이 아니면 연락하지않는 녀석이 어쩐일인가 싶었다.




"여보세요?"
「아, 승일이형? 저 성현인데, 죄송하지만 가게에 와 주실수 있어요?」
"하? 알겠다."

갑자기 밑도끝도없는 이야기에 당황한 승일이 전화를 끊은 후 일어서자 광선이 저도 의아한듯 일어섰다. 순간 말리려했던 승일일이었지만, 어차피 상관없겠지 싶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섰다.







---







"형!! 어? 광선이도 같이온거야? 하긴, 다행이다."




저를 보자 반색하며 반기는 성현의 모습에 승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승일의 표정에 성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하나의 방을 가리켰다.




" 미안한데, 명훈이 좀 말려봐요. 요새 거의 매일 가게에 출근이야. 저러다가 잘못될까봐 걱정이 되서 가만히 놔둘수가 있어야지. 윤택형 입원한뒤로는 한 이삼일에 한번은 와서 마시고 있어요. 처음엔 힘들어서 그런가보다했는데, 지금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도 저러는 모습 보니까... 저 녀석, 안 그래도 작은 녀석인데 저러는 꼴 보고있자니 내가 다 답답해."




걱정스레 한쪽 룸을 바라보는 성현의 모습에 승일과 광선의 표정이 굳었다. 승일로서는 얼마전 윤택의 병실에서 봤던 명훈의 모습이 생각나서, 광선은 지금껏 자신이 명훈에 대해 실망해서 계속 퉁명스레 대했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였다.
걱 정하는 성현을 뒤로하고 벌컥 문을 열자 보이는것은 나뒹구는 소주병의 모습에 승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작해야 한 병이 한계이던 녀석이 두어병가까이 비운 모습으로 엎드린 모습이라니. 술기운에 잠든 명훈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안아올리자 놀랄만큼 가볍게 제 품으로 들어오는 메마른 체구에 승일이 입술을 깨물었다. 윤택이 없으면 제 자신이 형으로서 행동해야했거늘, 자신의 슬픔에 빠져 맴버의 아픔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느껴져 승일은 고개를 떨궜다.

몰랐구나. 난 몰랐어, 명훈아. 윤택형의 병실에서 보이던 괴롭던 네 표정을 보고 알았어야했는데, 난 내 슬픔에 빠져서 몰랐어. 그래서 미안해. 네가 괜찮을리가 없었는데. 네가 아픈게 당연했는데.




"형. 우선 제 집으로 가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승일을 보며 광선이 조심스레 승일을 인도했다. "우선 명훈형을 눕히는게 먼저잖아요?"  광선의 그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승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섰다.




"아, 계산은.."
" 아이. 우리사이에 무슨 계산이에요. 괜찮아요. 그나저나 명훈이 녀석 좀 부탁할께요. 학생때부터 제 속내 안드러내는 녀석이라 좀 무뚝뚝해보이긴해도, 사실 이 녀석만큼 착하고 정 많은 녀석도 드물거든요. 그래도 형이랑 광선이랑 있으니까, 다행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마요, 형."
"응. 그럼 안녕히가세요. 잘가, 광선아."




걱정스레 배웅하는 성현을 뒤로하고 나온 승일과 광선은 광선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 명훈을 침대에 눕히고 나온 승일과 거실에 앉자 광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 어째서 명훈형은 괜찮은거라고 생각했던걸까요?"
"... 나도 마찬가지야. "




안그래도 가볍던 녀석이었지만, 방금전 업고올때의 명훈은 그야말로 거의 무게감이 없을정도였다.




"저, 명훈형한테.. 상처도 많이주고, 못된 소리도 많이 했는데... 형,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그냥 듣고만 있었어요."




지 독하게 냉정하다고, 형은 울랄라에 대한 애정이 없는거냐고, 어떻게 우리 리더의 일에 그렇게 무관심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냐고, 제가 화낼때 그저 쓴웃음만 짓던 명훈의 표정이 생각난 광선이 결국 눈물을 머금었다.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던 형이었다. 그래서 더욱 섭섭했다. 그랬는데, 저리 혼자 아파하는 줄 알았으면 그리 모질게 대하지 않았을터였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광선의 모습에 승일 또한 깊은 한숨을 머금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그러지말자. 그럼 되잖아?"
"...네. 훌쩍."




울고있는 광선을 간신히 달래 방으로 들여보낸 승일은 명훈이 누워있는 방의 침대로 다가갔다. 쏙 들어간 볼살과 퀭한 눈가. 엷은 눈물자욱이 있는 볼과 까칠한 피부가 가슴아팠다.





형. 형의 말처럼 명훈이는 너무 약하네요. 형이 걱정하던것처럼, 그리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어요. 형이나 나나 광선이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않곤 당당하게 웃더니, 저 혼자서 그리도 앓고 있었어요.

Posted by Lucy_j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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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날개를 꺾고, 네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새장에 가둔 나를 너는 용서해줄까?











“난, 미친걸꺼다. 내가 아니었다면 창공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녀석을 내 욕심으로 가둬두는게 과연 옳은걸까?”






평상시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는 윤택이었지만, 오늘은 틀렸다. 미친듯 쉼없이 술을 퍼붓던 윤택은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로 괴롭게 중얼거렸다.






“임윤택- 그만 마셔.”

“대답해봐, 영진아. 내가 녀석을 놔줘야할까? 그리고, 놔줘 버리면...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그건 늬들 문제야. 내가 어떻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거, 네가 더 잘알잖아? 다만, 하나만 명심해둬라. 무얼 선택해도 후회한다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해.”






영진의 진지한말에 윤택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투명하 술잔을 응시했다.

최선의 선택? 최선의 선택이 과연 뭘까?


명훈과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형이... 좋아요. 이런 나, 이상한거죠?」




울먹이며 자신에게 고백하는 명훈의 모습에 그 고백을 받아들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언젠가는 놓아줄 수 있는 그런 가벼운 감정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년단위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더 명훈을 바라보는 자신이 있었다. 명훈의 나지막한 목소리도, 노래를 부를때면 높고 부드럽게 울리는 미성도, 웃을때 휘어지는 그 눈꼬리도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소유욕과 독점욕에 스스로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명훈을 응시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명훈을 놔주고 견딜수 있느냐는 물음은 실은 영진이 아닌, 윤택 자기자신에게 물어본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널 어찌해야하니.. 명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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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cy_j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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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플지옥


살살 눈웃음 치는 모양새가 영 야했다. 그 모습에 광선이 순간 멈칫했다.

"형?"
"안아줘, 박광선."
"저, 저.. 혀, 형... !..."

그 모습에 명훈이 살래살래 웃으며 앉아있는 광선의 허벅지위로 올라가 엉덩이를 살살 부비며 목을 끌어안았다.

"나, 너한테 안기고싶어."

꿀꺽-
광선은 자신도 모르게 명훈에게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명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서."

명훈의 그 유혹에 광선은 강하게 명훈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부볐다.


*

남들이 보기엔 사귀는건데, 실제로는 안사귀는, 그런 커플.ㅋㅋㅋ

 


"명훈아-"
"아, 물, 여기요. 형."
"자, 이거 핸드폰찾지?"
"있죠, 형.."
"응. 같이 가자. 어디 들릴곳은?"
"없어요. 다만, 영화보고싶은데."
"나도. 같이가자. A맞지?"
"역시, 형!"


아무런 대화없이도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두명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광선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저 , 두사람, 사귀는 거에요?"
"아니라더라."
"저렇게 하면서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광선의 표정에 승일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응."




2. 18살 광선 x 29살 승일



왜 , 우는거야?

상냥한 손길이었다. 약간 붉게 물든 눈가를 쓰다듬는 광선의 손길에 승일이 조금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넌, 왜이러는건데?
글쎄?
우리, 형제야.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지보다 열살은 더 어린놈한테 깔리면서, 그리 부정하고 싶어? 상관없어. 피가 섞인것도 아닌데. 한번 어머니에게 말해볼까?
그랬다간, 다신 못볼줄알아.
나도알아.

광선의 말에 승일은 눈을 감았다. 광선을 밀어내지 못할 자신임을 아니까.
승일은 자신을 입양해, 사랑해준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절대 실망시키고싶지 않았다.



3. 택승


두 명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윤택형도, 매사에 무관심한 승일형도, 나나 광선이는 모르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것은 드러나는 것이라던가 그런것이 아니었다. 그냥 성격차이라고 그리 말할 수 있을정도의 아주 미묘하고 작은 거리.  형들과 우리의 관계를 바꿀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알아챘다. 그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뭔가 특별하다고.

윤 택형은 우리앞에서는 완벽했다. 인간인 이상 뭔가 부족한 것이 있을테지만 그것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려는 결벽성이 있었다. 그런데 승일형에게는 달랐다. 승일형 앞에서만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다. 실수하면 실수하는대로, 잘못하면 잘못하는대로, 숨기려 들지 않았다. 우리에겐 완벽한 인간이었지만, 승일형에게는 그저 평범한 형,  그 자체였다.
그것은 윤택형만이 아니었다.  무관심한 승일형이 섬세하게 챙기는 것이 윤택형이었다. 모두에게 무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그 눈은 언제나 윤택형을 쫓았다.  언제나 모든것을 무심히 바라보던 그 눈이 머무는 곳이 윤택형이었다. 우리에겐 하지 않는 얘기도 윤택형에게는 거리낌 없는 모습.
그런 두 명의 모습에 속이 상한것은 나와 광선이었다.

17년.
단 한번도 고민하지 안았던 시간의 무서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느껴지는, 억울함과 분함.

우리는 울랄라세션이었고, 함께 춤추며 노래하고, 같은 목표를 꿈꾸지만- 승일형과 윤택형, 그 두명의 관계에는 우리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의 벽이 서있었다.

서로간에 어떤 행동을 할지라도 무조건적으로 믿는, 시간이 주는 신뢰.
아무런 얘기가 없어도 , 그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통하는 감정.

윤 택형이 훌쩍, 아무런 얘기없이 떠났을 때 다들 안절부절하는 그 와중에도 승일형은 놀랄만큼 담담했다. 당황도, 걱정도, 그 무엇도 없었다. 그저 윤택형이 떠나면서 엉망이 되어버린 일들을 수습하는 승일형의 행동에 이해하지 못한 내가 물었을 때, 승일형은 얕게 웃었다.


"돌아올거다. 그리 책임감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제 자신이 힘들도 견디기 힘들어지면 종종, 하는 그런 행동일 뿐이야."
"어디 갔는지, 아는거에요?"
"글쎄? 그런거 얘기하고 떠났으면, 내가 이리 당황했을리 없지."


피식 웃으며 답해준 승일형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믿어봐. 우리 리더잖아?"





4. 포동긔 기생


가제로 달의 파편.


화려한 건물앞에서 아이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간다면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려야함을 안다. 과연 그런 선택을 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지만 그 외의 길이 없음도 알고 있었다.
화려한 건물의 기둥은 붉었다. 문옆에서 불길한 붉은빛으로 빛나는 등불을 보며 망설이던 아이는 천천히 문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지금까지의 망설임을 버리듯 당당하게 문을 열어제꼈다.


"어린 도련님이 오시기엔 이곳은 옳은 곳이 아닌데 잘못 찾아오신듯 합니다. 붉은 기둥과 붉은 등. 그 뜻을 모르시려나? 호호홋-"


간들어지는 여인의 웃음에도 아이는 그저 담담한 눈으로 여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난화루의 행수(行首)는 뭐든지 다 안다 들었거늘 그리 말을 돌릴 필요가 있는가? 게다가 난화루가 홍루(紅樓:기방)임을 모를만큼 어려보이는가?"
"아무리 몰락했다한들 귀족가의 도련님이 찾아올만한 곳은 아님을 알지요."
"이미 사라진 가문, 귀족의 이름이 무에 소용있겠는가? 날 받아주었으면 하네."


부 탁을 하고 있음에도 결코 굽혀지지않는 강인한 눈동자에 여인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귀족가의 도련님의 도락치고는 너무도 진지했다. 하지만 이미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이라한들 눈앞의 아이의 가문은 도성(都城)에서도 그 위세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고귀한 집안. 원한다면 더욱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음에도 고작해야 기생을 하겠답시고 찾아온 아이를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진심, 이십니까?"
"그럼 거짓부렁이겠나?"


아이의 진심이 무엇이든 어쨋든 홍루로 찾아온 이를 거부할만큼 그녀는 착하질 않았다.


"그럼 이제 나의 수하가 되었으니 말을 놓겠네. 나는 난화루의 행수, 홍련이네. 그댄?"
"명훈. 김, 명훈."



* *



"아하하- 난화루의 낙월(落月)이 그토록 대단하다 하더니만, 빈말이 아니었군."
"칭찬 감사히 받잡습니다, 영감."


음 흉하게 몸을 더듬어오는 노인의 행동에도 낙월이라 불린 이는 그저 나긋나긋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계집의 나긋함은 없었지만, 매혹적이고 도도한 기생 낙월은 난하루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이윽고 방에서 나온 낙월의 얼굴에 서늘한 비웃음이 내걸렸다.


"같은 사내의 몸을 얻고자 돈을 쏟아붓는 어리석은 이는 어찌 이리도 많을까 모르겠군."


마치 춤추듯 우아하게 돌아선 낙월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 사내가 몸을 드러냈다.


"저자가 난화루의 낙월. 지금은 멸한 김대감의 자제인가? 어찌 폐하께서는 몰락한 귀족가의 자제, 그것도 기생이 되어버린 사내에게 관심을 가지시나 모르겠군."


날카로운 눈으로 잠시 응시하던 사내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한쪽에서 낙월이 나타났다.


"주상께서 그저 감시차원으로 보내기에 임대감의 자제는 너무 높지 않은가? 그리 높이 봐주시니 감사하다 해야할까. 후후후. 난 폐하께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터이니 맘대로 해보시오, 임윤택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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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cy_j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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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택은 대국의 황제. 명훈이는 작은 국가의 왕이었는데, 윤택의 정복전쟁으로 포로 .


흐으읏-

꽉 다문 입매무새 새로 나온 신음이 가엽고도 사랑스러워, 윤택은 나직히 웃었다. 고통과 쾌락으로 흐려진 눈동자가 윤택을 죽일듯 노려보고 있었다.

차, 라리, 흐ㅡ 죽이..
그럴순 없잖는가? 제 아무리 국가가 사라졌다한들 그대는 한 나라의 수장. 그런 이를 어찌 죽인다는게야?
수치를, 당할.. 읏.. 바엔,..죽는게, 으읏, 나아...

참 으로 가련하고도 여린데도, 그 심지가 굳었다. 허나 그것이 윤택의 흥을 돋웠다. 결코 제 손에 쉬이 꺽이지 않을, 그런 완고함. 윤택은 명훈의 허리를 잡았다. 허리마저 윤택을 유혹하는 그런 기분이 들만큼 가늘고 낭창한 몸이였다. 그리고, 음란했다.

싫다고 그리 말하면서도 몸은 좋아라하지않나? 이 모습, 그대의 백성에게 보여야하는것을.

그런 윤택의 말에 강한 의지를 담은 눈동자가 뿌옇게 흐려졌다. 결국 또르르 흘러내리는 옥루(玉淚)에 윤택은 더없이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몸을 놀렸다.

창기마냥 음란한 몸인데도 , 전혀 굴복하려 하질 않으니, 참으로 가엽지 아니한가?

하지만 윤택은 알고있었다. 명훈이 제 밑에서 굴복하는 그 순간이 윤택은 그에 대한 흥미를 잃을것임을. 과연 얼마나 갈지 알수는 없었지만.
윤택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속절없이 흔들리는 명훈을 바라봤다.

조금은, 오래 버티길바라네.



2. 마초구구x포동긔


"흐...!"

혀의 움직임도 움직임이지만, 무릎을 꿇은 정중한 자세로 자신을 자극하는 그 조그만 머리통이 더 귀여웠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분에 낮게 신음을 흘리자, 녀석이 무심히 웅얼거렸다.

"내도, 되요."

아무렇지않게 말하며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한것은 나였다.
꿀꺽-
아무렇지 않게 정액을 삼키는 모양새나,  입가에 내 정액과 자신의 타액을 묻힌채 무심히 고개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미치도록 섹시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강하게 손목을 잡자, 의아한 듯 눈동자가 저를 향했다.
울리고 싶었다. 내게 안겨, 울며 애원하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당신이, 김명훈이라고했지?"
"...응."

잠시 달싹이던 입술이 아무렇지않게 답을 냈다. 잠시 달싹이던 입술이 형. 이라는 모양새를 그리는 것을 보며, 쓴 웃음이났다.

"각인, 시켜주지. 원래 첫남자, 잊지못한다잖아?"
", 어차피 임윤택이잖아?"
"하지만, 다르지. 적어도 당신에겐."

키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않지만, 약했다. 지금의 김명훈보다, 미래의 김명훈은 이렇게 여리고, 약해지는걸까?

"기억해. 당신을 처음으로 가지는 사람은, 당신이 좋아하는 연인 임윤택이 아니라, 과거의- 당신의 연인이 아닌 임윤택이라는거."



-


"흐아앗!!!  아읏. 거, 거긴.. 시, 싫....!!...."

가늘고 높게 울리는 목소리가 사람을 자극한다는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사실, 예상외는 예상외였다.
저토록 귀엽고 , 섹기가 있음에도, 아다라는게.

"나한테 아다, 바치려고 간직한거야? 착한데?"
"흐읏.. 아, 아니,, 아읏.!!"

절래절래 고개를 도리질치면서도 울먹이는 그 모양새가 귀여운 동시에, 음란했다.

"미치겠군. 아다면서 내껄 빨아들이는게, 아주 타고났는데? 응?"

슬쩍 웃으며 비웃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김명훈, 그녀석과 닮은점 하나.  눈물이 그렁그렁해짐에도 결코 흘리지않는 그 모습.

허리를 조금 강하게 움직여 포인트를 자극하자 몸이 바르르 떨렸다. 강하게 죄여오는 내벽이 내것을 쥐어짜고 있었다.

"김명훈."
"흐읏, 아아앗-"
"대답해, 김명훈."

추삽질을 계속하며 강한 시선을 마주하자 신음속에서도 제 눈을 맞춰오는 모습.
계속해서 안으면 안을수록 내 밑에서 신음을 흘리는 이 남자가 김명훈이을 확신하게되어, 조금 속이 쓰렸다.

"..혀,, 으읏...!!!"

신음속에 섞인 목소리는 이 남자의 연인인, 미래의 김명훈의 연인인, 미래의 임윤택.  동일인물일텐데도, 괜히 화가났다.

"잘, 봐둬.. 널 처음으로 가지는게,, 누군지!"
"아,, 으...."
"네 연인이 아니라, 네겐 지나가버린, 과거의 임윤택이라는거."
"흐윽..."
"형이, 아니라.. 26살의,  임, 윤택이야."


-  닭과 달걀로 완성




3. 호모포비아


구구는  호모포비아.
남자와 남자가 사귄다는것은 당연하고, 남자간의 스킨쉽도 질색. 우정이고 뭣이고간에, 그냥 소름끼치고, 엄청 싫어함.

반대로 포동긔는 알거 다아는 바이섹슈얼.
남자고 여자고간에 상대 상관안하는 타입.  맘에 들면 원나잇도 쉽게쉽게하고.

그런데 어느날, 구구가 포동긔보고 반한거임. 구구는 호모포비아이니만큼, 그런 자기자신을 싫어하면서도 점점 포동긔에게 끌리는것임.

혼자서 자학하다가도, 포동긔에게 끌리는 구구가 보고싶다. ㅋㅋㅋㅋ




4. 엄지왕자



왠지, 엄지왕자 작작이 생각난다.ㅋㅋ
나는 홍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꽃의 요정(으악!!) 작작과 그 꽃을 피운 큰큰.

베이스로 광택, 승명으로 해놓고. ㅋ

술취해서 길가던 광선이가 신비한 할아버지(....)가 파는 작은 묘목을 보고 사서 쩌리에게 선물. ㅋ 쩌리는 귀찮아하면서 받겠지?

그래서 그냥 저냥 심심할때 물주면서 키우니까, 2주 쯤 지나니까, 이게 웬일? 꽃봉오리가 맺힌거임.
그러더니 다음날 꽃에서 쪼그만 꼬맹이가 나온것임.
당황한 쩌리가 광선이 찾아가니까, 광선이 앞에도 작은 꼬맹이가 하나있음.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상물이 보고싶다.

왠지 광택은 도도한 구구와 그런 구구에게 헌신하는 광선이의 여왕과 하인이라면, 승명은... 티격태격 다투는 그런 귀여운 커플>?


꽃은 생각해봤는데, 구구는 튜베로즈(위험한 쾌락;;), 포동긔는 스타티스(영구불변).. 정도?




5.


군조포동

다른 멤버들에게는 애교도 많고 다정한데, 군조한테만 좀 무서워한다고해야하나, 포동긔가 피하고 그러는거야.
군조는 첨에는 아무런 생각 없었는데, 자기만 노골적으로 피하는 포동긔보니까 묘해진거지.
그래서 일부러 포동긔에게 잘해주려고하고. 그러니까 포동긔는 저형이 왜저러지? 하면서도 군조의 친절에 넘어가서.
어느순간 , 둘이서 꽁냥꽁냥 하는거 보고싶다. ㅋㅋㅋ


퇴폐미

포동긔는 약하는 사람. 뭐, 빚같은것때문에 팔려와서 원하지도 않는데 몸을 할게됨. 너무 괴로운 현실탓에 이런 현실, 조금이라도 잊어보려고 약을 시작하는데, 어느순간 약이 없으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너무 망가져버려서 병원에 입원. 그런데 그 병원에 의사 쩌리도 있는거야.
처음에는 포동긔를 완전 싫어하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나서는 완전 반쯤 미친채 죽어가는 포동긔를 옆에서 돌봐주는 그런 상냥하고 다정한 쩌리도 좋겠다. ㅠㅠㅠㅠ 그런데 엄청 슬플것같다 ㅠㅠㅠㅠ

 

 

 

스톡홀롬 증후군

 

 

납치범 공과 납치된 포동긔.
포동긔 처음에는 공이 조교하고 그러니까, 고통과 괴로움, 그런것때문에, 미워하고 증오하고 그러는데, 어느순간부터인지, 점점 공을 사랑하게 되는거임.
다만 , 이게 사랑이 아니라, 스톡홀롬 증후군임.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는거, 아는 삼촌은 알겠지만, 자신의 목숨에 위협이 오니까, 자신을 납치범과 동일시해서 납치범의 행동에 공감하는거임.
포동긔도 , 자신이 살아남기위해서, 그리고 조교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쾌락이라던가 그런것에 정신이 무너지니까,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해서 그런거다. 이런식으로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는거야.
그렇게해서 미묘한 분위기로 변했다가 구출되면서 혼란에 빠지는 포동긔도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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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cy_j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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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뱀파이어


오싹-
후각이 마비되는 듯한 달콤함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옴몸의 세포가 그를 원했다.
달큰하고, 유혹적이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만큼, 매혹적인 향기. 새하얀 피부 밑에 흐르는 그 생명의 상징의 유혹이 너무나 노골적이라 순간 어지러웠다.

"괜찮아?"

순간 휘청이는 날 잡아채는 강인한 손. 가까워진 그에게서 풍기는 체향이, 피부 너머로 맥동하는 신선한 혈향이 날 정신차리지 못하게했다.

"고, 고맙습니다."

더이상 안겨있다가는 안될거라는 생각에 황급히 일어서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안보일만큼 멀어지자 안도감과 아쉬움에 목이 탔다. 가방에서 꺼낸 혈액팩은 어제 수혈한 새것으로 담백하고 달콤했지만, 방금전의 그 향기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태양과 반딧불. 앙다문 입술사이로 낮은 한숨이 나왔다.



-


"크큭, 천하의 김명훈이 도망쳤다는거야?"

배를 부여잡고 뒹구는 승일의 모습에 명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여간 저 형은...
그런 명훈의 모습을 알아챈 승일이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한채 명훈을 바라봤다. 천하의 김명훈이 이성을 잃게 만들만큼 달콤한 향의 소유자라.

"혹시, 반려(伴侶)아냐?"
"고작해야 음식에게 반려라는 호칭, 안붙여."

명훈의 냉담한 대답에 승일이 낮게 혀를 찼다. 뱀파이어 평생에 단 하나있다는 반려. 이미 반려를 제 옆에 둔 승일로서는 저토록 인간을 혐오하는 명훈이 이해되지 않았다.

"너, 그러다가 후회한다."
"글쎄?"




2. 조선시대


"역성혁명? 말이 좋아 역성혁명이지 반란이야. 몰라? 형, 지금 미쳤어?"
"내 손으로 새로운 왕을 모시는거다. 반란이라, 실패한다면 그렇겠지."

윤택의 말에 명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의 왕씨왕조도 나쁘지 않았다. 조금 어긋나고 비틀리긴 했어도, 노력한다면 분명 다시 세울수 있을터였다. 그런데 어찌 저리도 무모한걸까?

"이성계? 형은 그 자가 왕의 재목이라,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지?"
"내가 모시는 왕은, 그 분이시다."
"그렇다면, 다신 날 볼 생각마."

명훈의 말에 윤택은 쓰게 웃으며 명훈의 볼로 손을 가져갔다. 선하고, 올곧고, 충성심이 깊은 녀석.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이미 길이 달라져있었다.

"내, 마지막 선의로 형의 그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소."
"건강. 해라."

명훈은 뒤에서 문이 닫혀 윤택이 멀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꼿꼿한 자세를 무너뜨렸다. 신념과 애정 . 명훈은 그 둘 중에서 그 어느것에도 충실해질 수 없을터였다. 그렇다면 제 자신이 옳다 생각한 길로 가야겠지.

"잘,,, 가시오. 윤택형. 내,,, 정인아...."




3. 회귀물


대략 윤택님이 죽은 뒤 . 자신의 마음을 몰랐던 명훈이는 윤택이 사라진 현실을 인정하지못함. 게다가 이 시기에서는 슈스케에 안나갔음. 그래서 남은 세명은 열심히 음악활동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 명훈이가 점점 무너져감.
그러다가 세명이서 차를 타고 가는데 그만 교통사고로 사망.

명 훈이가 간신히 정신이 들어서 깨보니까 , 막 윤택님이 암선고 받은지 얼마안되는 시점. 정말로 펑펑울며서 괴로워하고, 이 전혀 다른 새로운 현실에 힘들어하다가 윤택님에게 고백함. 윤택또한 명훈에 대해 좋아하고 있었던터라 받아들임. 그 뒤 슈스케 나가게 되어서 행복해짐.
뭐랄까, 이건 심리물이라서 포동긔 감정변화가 중요한데..




4. 윤택승일


"형..."
"왜 그딴 표정이냐? 누가 죽었어?"

윤택의 아무렇지 않은 말에 승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베어물었는지 얼핏 피가 비치는 모습에 윤택이 얼굴을 찡그렸다.

"멍청아. 다치지 말라고했잖아."
"하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승일을 바라보던 윤택이 피식 웃으며 승일을 끌어당겼다. 체격이며 그 모든 부분에서 제 자신이 우세함에도 손쉽게 승일은 윤택에게 품에 안겼다.

"약한녀석."
"...."
"내가 이런 병에 무릎꿇을것 같아? 박승일. 내가 누구지? 너한테 어떤 의미지?"

윤택이 강하게 승일의 얼굴을 들어올려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승일은 단호한 의지를 품은 윤택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의, ,,박승일의 지배자..."
"잘아네. 내가 널 두고 떠날일은 없어. 그러니 불안해하지마."

윤택의 말은 모든것을 믿게하는 힘이 있었다. 그랬기에 승일또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믿어요. 믿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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