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zero. 첫 만남
"으, 으악!"
"괜찮아요?"
"네.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넘어지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
느
긋하니 그런 생각으로 보고 있었지만 넘어진 채 일어서지 못하는 그 모습이었다. 혹여 크게 다친게 아닌가 걱정스러워져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미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남자. 내 걱정스런 질문에 어색한 듯 웃으며 답하는 그는 카페에서 종종 보이곤 하는
남자였다. 검은 와이셔츠에 검은색의 양복, 언제나 안경을 쓴 채 책을 읽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인.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 김명훈입니다."
"네. 저는 임윤택입니다."
꽤나 무서워보이던 첫인상과는 달리 눈꼬리를 휘며 웃는 모습이 생각보다 귀여웠다.
step one 인연
"윤택씨는 그럼 대학 조교수로군요. 대단하시네요."
"별말을요."
처
음 도와준 이후 종종 얘기하게 된 명훈은 생각보다 귀엽고, 생각보다 애교가 많았다. 굳게 다문 표정은 냉담한데도 웃는 모습은
귀여웠고, 그의 인상을 사납게 만드는 수염이 작은 키라던가 귀염성 있는 외모를 조금이라도 더 남자답게 보이려고 기르기 시작했다며
쑥스럽게 웃는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가만히 그가 수염이 없는 모습을 생각하면 공감이 가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수염이
없는 명훈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정말로 어려보이는 동안임에 틀림없었으니까. 지금도 가만히 살펴보면 어려보이는데, 수염이
없다면 진짜 학생으로 오인할테니까.
"윤택씨는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그, 그래요?"
자
신을 보며 웃는 명훈을 보며 어색하게 웃은 윤택이었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낯선 단어였다. 어렸을적부터 워낙에 어른스러웠고,
대학에서도 사람들을 챙기며 리드하는 스타일인탓에 깊은 관계를 맺은적이 거의 없었다. 그 탓에 보통 듣는 소리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엄격하다, 무섭다, 어른스럽다, 이런 얘기들이었지 재미있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명훈씨도 굉장히 귀여운걸요."
자신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는 그 모습에 충동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말해버린 윤택은 아차 싶은 마음에 명훈을 바라봤지만 생각보다 나빠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수염을 길렀는데도 영 그런 소릴 많이 듣네요. 이상하네..."
"외모 때문만은 아니에요."
고개를 갸우뚱 젖히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명훈에게 말을 걸어버린 윤택. 그 말에 명훈이 눈을 반짝이며 윤택을 응시했다.
참, 이리 귀여운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모른다니.
윤택은 헛웃음을 지으며 명훈을 바라봤다.
"명훈씨, 행동이 굉장히 귀여운거 알아요?"
"그래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네요. 행동을 어찌할 수도 없고..."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명훈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윤택이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던 명훈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췄다.
"윤택씨, 왜..."
"명훈님."
명훈의 물음이 채 나오기도 전 말을 건네는 것은 검은 양복을 입은 훤칠한 키의 남자였다. 명훈의 보디가드인 박광선, 그였다.
"광선아."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그래? 이런, 윤택씨, 죄송합니다."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사과하는 명훈의 모습에 윤택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웃었다. 그 모습에 명훈 또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썬팅된 고급 자동차에 올라섰다.
"그럼 다음에 뵐께요."
"다음에뵈요, 명훈씨."
윤택은 점점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약간은 복잡하게 응시했다. 어째서인지, 굉장히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 * *
"흐으-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다니, 무슨 일이야?"
방금 전까지의 생글생글 환하게 웃던 귀여운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문이 닫히자마자 폭신한 의자에 몸을 깊숙이 숙인 명훈이 느른하게 물었다.
순진해보이던 눈매는 살짝 내리깔리고, 환한 미소를 머금었던 입가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비웃음이 걸린 것만으로도 명훈은 귀여운 남자는 유혹적이고 치명적인 색향을 품고 있었다.
"전환이 빠르시네요, 보스."
"뭐, 당연한거지. 자- 용건이나 말해봐."
느긋한 미소를 짓는 명훈의 모습에 광선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그는 해야할 일을 잊지 않았다.
"독사파놈들이 움직였습니다."
"우리한테 덤비기엔 말도 안되는 놈들이?"
"뒤에 무적파. 그 놈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명훈이 이끄는 천회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무적파와 연을 가졌다고 덤비는 모양이었지만, 그런 조잡한 놈들에게 당할 천회가 아님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빽이 있다 그거로군. 철저히 무너뜨려.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라고. 알겠어?"
눈을 반짝이면서 명하는 명훈의 모습에 광선은 대답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사안이 끝나자 명훈의 열굴에 요염한 미소가 떠올랐다.
"슬슬 나한테 관심 좀 가졌을까나?"
"너무 매달리시는 것 아닙니까?"
"웃기지마. 네 놈이 박승일에게 얼마나 울고불고 매달렸는지, 난 다 알고 있다는거 모르냐?"
"보, 보스!!!"
급격하게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는 광선을 보며 명훈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임윤택.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자신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남자.
"난- 한번 선택한 사냥감을 놓치진 않는다구. 기대해, 임윤택."
명훈의 눈이 요염하게 빛나며 밖을 응시했다.
김명훈(30세. 남)의 임윤택(34세. 남) 유혹하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 주인공 프로필
임윤택(34세. 남)
서울예대 연극영화과 조교수. 무려 32살에 조교수가 될만큼 유능하고 머리도 좋은 남자. 명훈의 눈에 우연하게 들어버린탓에 명훈이 현재 유혹중. 어느새 조금씩 넘어가고있음.
김명훈(30세. 남)
대
한민국 뒷세계 최대 조직인 천회의 보스. 카리스마성도 있고, 능력도 좋다. 매력적인 외모에 굉장히 색기 넘치는 보스. 임윤택에게
반해 윤택앞에서는 내숭 100단. 순진한 척, 귀여운 척, 등등.. 윤택앞에서는 거의 이중인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있다.
박승일(33세. 남)
서울예대 앞 작은 카페 겸 바, God Voice의 오너. 원래는 잘나가던 검사. 하지만, 재수없게도 박광선의 눈에 들어 연인이 된 후 현재는 카페 운영중. 천회의 변호사 역활도 같이 하고있다.
박광선(28세. 남)
천회의 행동대장이자 보스인 명훈의 오른팔. 윤택은 경호원이라고 알고있다. 검사인 박승일이게 반해 오랜기간 쫓아다닌끝에 결국 연인으로서 승낙을 받아낸 집념의 사나이.
step two. Cafe owner 박승일
과연 언제까지 버틸까?
승
일은 제 앞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전공서적을 뒤적이는 남자, 임윤택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윤택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가정은 전혀
없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김명훈이 움직여서 실패한 경우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탓이었다. 고작해야 20대 초반의
나이로 보스가 되어서는 5년 만에 대한민국의 뒷세계를 점령할 만큼 명훈은 영리하고 또 잔혹했다. 게다가 사람을 매혹시키는
카리스마마저 갖춘 존재. 만약 명훈이 뒷세계가 아니라 앞쪽으로 나왔어도 성공했을 거라, 승일은 그리 생각했다. 그런 인물이 혼신을
다해 유혹하고 있는데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왜 그러세요?”
“네? 아뇨. 별거 아닙니다.”
윤택의 물음에 잠시 당황했으나 아무렇지 않게 넘긴 승일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박광선, 이 자식은 어째 연락이 없는 거람.
♬swing~ swing~ swing my baby♩♪
"여보세요?"
「형! 저 조금 늦어질 것 같은데, 어쩌죠?」
“또 왜?!”
고작해야 전화해서 하는 소리가 안부도 아니라 제 용건이란 말이지? 싸늘해진 승일의 목소리에 당황한 듯 광선이 전화너머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일이 생겨서.. 혀엉~ 빨리 갈게요.」
“9시. 이 이후엔 집에 올 생각마라.”
「에? 형, 형!!!」
급격하게 당황하며 소리지르는 광선의 목소리에도 승일은 냉정하게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느긋하게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런 승일을 보며 윤택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의외...시네요.”
“네?”
“왠지, 조금 냉정해 보이는 인상이라.”
윤
택의 말에 승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원체 차가운 인상인데다가 검사로 일하면서 조금 더 그런 분위기가 붙은 터라 아직 채 떨쳐내진
못한 모양이었다. 하기사,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검찰청에서 평검사치곤 꽤나 대우받던 자신이 아니던가. 자신에게 울며불며
매달리며 대쉬하던 광선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검사로서 있을 터였다.
“그런 얘기 자주 듣습니다.”
“전, 첫인상에 영 재주가 없는가봐요. 승일씨도 그렇고, 명훈씨도 그렇고.”
“네?”
윤택의 입에서 나온 명훈이라는 이름에 승일은 호기심이 일었다. 대체 이 사람이 보는 김명훈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랬기에 승일은 설거지를 멈추고 커피 두 잔을 가져가 윤택의 앞에 앉았다.
“윤택씨가 보기에 명훈이는 어떤 사람이죠?”
“꽤나 친밀하시네요?”
“워낙에 단골이니까요. 자주 찾아오고."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납득하는 윤택의 모습을 보며 승일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이거 아무래도 이 임윤택이라는 남자가 김명훈의 손아귀에 떨어질 날은 멀지 않아 보였다.
“명훈씨는... 귀엽죠. 순진하고, 착실하고, 상냥하고.”
“컥, 켈록- 켈록-”
“괜찮으세요?!!”
“아.....네, 윤택씨가 보기에 명훈이는.... 그, 그렇군요.;;”
윤택의 말에 순간 커피를 뿜어낼 뻔한 승일이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례가 걸려 콜록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세
상에. 무려 천회의 보스. 그 오만하고, 도도하고, 매력적이며, 잔인한데다, 제멋대로인 남자에게 귀엽다? 순진하다?? 착실하고
상냥하다???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명훈의 본성을 아는 승일로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얘기였다.
'광선이, 그 녀석은 귀여운 거였어. 그래... 울며 매달리는 쪽이 낫지.’
「“혀엉- 나 형이 저~~엉말 좋아요.”
“얌마! 너 내 직업이 검산거 모르겠냐? 세상에 내 검사에게 매달리는 조폭새낀 처음 본다. 그것도 너 천회의 행동대장이라면서?”
“그게 뭐가 어때서여.”
“이 녀석, 막무가낼세. 얌마, 검사인 내가 조폭새끼인 네 놈이랑 어울릴 것 같다 생각하는 거냐?”
“나랑 사겨줘요. 안 그럼- 나- 안 나갈-거에요.”
“당장 나가!”
“싫어요- 흐어어엉-!!”」
완전히 술에 절은채 집에 찾아와서는 펑펑 울면서 고백하던 광선을 생각해낸 승일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은 광선이가 조금 늦게 오더라도 용서해야겠다. 암, 김명훈에 비하자면 광선이 놈은 순진하고 착한 강아지새끼나 마찬가지지. 그럼 그럼.
승일은 그리 생각하며 간신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짓는 입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런 승일을 윤택이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So here I am with open arms~♪♩
『박승일』
옆에서 승일이라는 이름에 눈을 반짝이며 휴대폰만 응시하는 광선을 무시한 채 잠시 휴대폰 액정에 뜬 이름을 응시하던 명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웬일이야, 승일형?"
「아주 재미난 소릴 들어서.」
이건 또 무슨 소리래?
차마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킥킥거리는 승일의 목소리에 명훈의 눈동자가 의문을 띄었다.
「세상에. 너에게 귀엽고, 순진하고, 착실하고, 상냥하다더라.」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아
무리 생각해봐도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평가에 느른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던 명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매력적이다, 유혹적이다,
퇴폐적이다, 제멋대로 성격 더러운 녀석이다. 라는 평가야 꽤나 들었고, 그 평가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명훈이었지만 지금 승일이 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금시초문.
제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할 만큼 대담한 놈은 내가 다 반쯤 죽여 놨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명훈을 알 듯 전화 건너편 승일의 목소리는 밝았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
"당연하잖아."
「임윤택. 우리 보스님, 임윤택 그 사람에겐 이미지메이킹 성공했네. 이거,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승일의 입에서 나온 단 하나의 이름에 명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러보면 윤택 앞에서야 그런 모습을 위장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의도대로 잘 따라주는 모습이라니. 생각보다 순진한 건가?
「김명훈, 임윤택에게 잘해야겠더라. 아, 그리고 광선이에게 오늘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전해줘.」
"아아-"
그
와 동시에 끊어진 전화기에 간절히 전화를 바라보던 광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철저히 승일에게 잡혀 사는 광선이 심기를 거슬러버린
승일에게 전화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명훈이 전화를 바꿔주는 것을 기대한 모양이지만, 불행히도 명훈은 그리 친절한 성격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이미지메이킹이 잘된 건가? 너무 그런 이미지면 곤란한데 말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고민에 빠진 명훈이 손가락으로 톡톡- 책상을 두드렸다. 모든 일이 언제나 제 뜻대로 풀린 탓에 세상에 어려운 것 없다 자신하던 명훈에게 정말 임윤택이라는 남자는 모든 면에서 제 예상을 뛰어넘는 상대였다.
"뭐,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말야. 아, 박광선. 승일형이 너 조금 늦게 들어와도 된다더라."
"진짜요?!"
명훈의 한마디에 바로 밝아지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늘상 승일이 말하는 귀여운 박광선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뒤에서 바쁘게 살랑거리는 꼬리가 보이는 환각이라니.
"어찌된 게 넌 그리 승일형한테 잡혀 사냐?"
"상관없잖아요. 내가 좋아해서 매달렸는데. 제가 문제가 아니라, 제 눈에는 보스도 그럴 것 같거든요."
"웃기는 소리."
뚱한 표정으로 툴툴거리는 광선을 보며 명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런 애새끼 같은 놈이 조직 내에서는 얼음 같다느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니 해대며 두려워하는 꼴이 영 우스웠다.
'아무래도 인간관계를 재정립해야할 필요성이 있어. 저런 싸이코같은 놈이 어딜 봐서... 아이고.'
광선이나 승일이 알았다면 분명 반발했을 생각을 하는 명훈은 결코 그 범주에 자신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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