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부활이 끝나고, 지쳐버린 몸이 무거웠다. 체력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더 체력을 키워야하려나. 아무래도 남자 고교생 치고는 조금 마른 평범한 몸을 보면서 혼자서 고민하고 있던 찰나, 쭈뼛쭈뼛,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스가 선배. 죄송한데 혹시 주말에 시간이 괜찮을까요?"
평상시에 마음에 두고 있던 후배에게서 갑작스러운 데이트 요청에 당황하면서도 최대한 평상시처럼 웃어보였다. 혹여 이상하거나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는 달리 그리 이상하진 않은 모양인지 후배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시간은 괜찮은데, 무슨 일 있어, 히나타?"
"신발이..."
배구에서 남들보다 배는 뛰어다니는만큼 물건이 금방금방 닳아버리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히나타는 나름대로 아끼는 듯 했지만, 그게 그리 쉬울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배구화는 도무지 더이상 신을 수 없는 수준이긴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좀 그렇고, 아무래도 새로운 신발을 사면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테니까. 내일 토요일이고 오후에는 연습이 없으니까, 오후에 같이 나갈까?"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럼,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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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어?"
"아니요!"
나름대로 빨리 온다고 빨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히나타는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밝고 태양처럼 환한 미소에 순간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미안한데.. 내가 밥 살께."
"제 제멋대로인 요청에 선배가 응해주셨는데, 밥은 제가 사야죠~"
전혀 악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진하고 밝은 미소. 타인의 마음마저 밝히는 듯한 그런 화사함. 앞에서 '선배'를 부르며 웃는 후배에게 반한것은 언제였을까? 어느새 한발 앞서나가있는 히나타를 보는 눈동자는 그 무엇보다도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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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맙습니다."
새로운 배구화를 사는데 제멋대로 끌고온것도 미안한데, 심지어 밥까지 얻어먹다니.
스가와라의 손에 이끌려 간단하게 산책을 하기위해 공원에 온 히나타는 눈에 띄게 침울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히나타를 보던 스가와라는 조금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가 후배 밥도 못사주는거야? 섭한데..."
"하지만 제가 제멋대로 한건데 밥까지 얻어먹으면 안되는 걸요."
표정을 숨기는데 익숙하지 못한만큼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그 표정을 보면서 스가와라는 상냥하게 히나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손가락에 휘감기는 머리카락의 감촉은 아이와 똑 닮아있었다. 코트위에서는 누구보다 탐욕스러우면서도 평상시에는 너무나 상냥하고 다정한 아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그 상냥함을 자신에게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히나타."
"네?"
동그랗고 맑은 주홍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다. 태양의 빛과도 닮은 곱고도 화사하면서도 올곧은 그 눈동자에 마치 이끌린 듯, 스가와라는 조심조심 히나타의 손을 쥐었다.
"좋아해."
"무, 무슨?"
"히나타 널 좋아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울거라고 생각하지만..."
작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면서 스가와라는 성급했던 자신을 탓했다.
바보같은 일을 했다.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평범한 선후배로 지낼수도 있었을텐데. 그렇다고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었다.
"부담주려고 했던건 아냐. 다만 내가 널 좋아하는건 확실해. 미안해, 히나타."
사과하고 돌아서려는 스가와라의 모습에 히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멈칫하면서 히나타는 스가와라의 옷자락을 놓았다. 하지만 그 잠깐의 망설임을 알아챈 스가와라는 조심히 몸을 돌렸다. 그 곳에는 목까지 새빨갛게 변한 히나타는 차마 그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도, 선배가 싫지는 않아요. 선배랑 같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
"그래도 선배가 몸을 돌리고 가는건.. 싫어요!"
그것은 히나타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을지언정, 어떤 고백보다도 달콤하고 행복한 고백이었다. 히나타의 그 고백에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히나타를 제 품안에 가뒀다.
"확실해질때까지, 내 옆에 있어주는거지?"
"...네."
"쇼요라고 불러도 될까?"
차마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제 품안의 작은 아이를 끌어안은채 스가와라는 더할나위없는 행복에 맘껏 미소지었다. 끌어안고있던 히나타를 놓은 뒤 스가와라는 머뭇거리는 히나타의 손을 꼭 쥐고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당황하면서도 그런 스가와라에게 이끌린 히나타의 작은 종종거림이 스가와라를 기쁘게 만들고 있었다.
"나도 코시라고 불러줘, 쇼요. 앞으로 잘부탁해."
"코시...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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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백업
분명히 리퀘받은 주제는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스가히나였는데..
적고나니 어째서인지 공원에서 고백하는 스가히나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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