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훈 100제] 009. 지켜주고싶어요 (도현명훈광선)
"팀 부분에 울랄라세션? 그 팀 실력이 장난이 아니라더라. 진짜 이번 슈스케3의 최고의 성공? 그러더라구."
"나도 들어봤어. 아마 탑 10은 확실한 실력이라던데.."
"어느정도길래 그러는거야?"
참
가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됬던 그 팀과 제대로 마주쳐 인사한 것은 탑 10의 숙소였다. 자신들을 소개한것은 그나마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않는 막내라던 광선형이었다. 사실 그들의 첫인상이 좋은것은 아니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승일형과 표정없이 서늘한 시선을 보이는
명훈형의 모습은 대체 광선형이 어떻게 그들과 친해진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형들이 익숙하지 못해서 낯을 가리는거야."
그들의 반응에 어색한듯 웃으며 말하는 광선형의 그 말은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게 된것은 살살 눈웃음을 치며 웃는 명훈형의 모습을 본 직후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차갑게 행동하더니 광선형에게는 애교를 부리며 생글생글 웃는 명훈형의 모습은 예상외였고, 내 눈을 사로잡았다.
신체 사이즈를 재자 나와는 달리 다른 탑10 여자애들 이상으로 자그마한 체격.
웃으면 다정해지는 표정.
매력적인 눈웃음.
어느샌가 그 모습을 쫓는 자신이 바보같았다.
어려운 외모와는 달리 의외로 손쉽게 친해지자 자신에게도 애교를 부리며 웃어주는것이 기뻤다.
명훈형은 내 나이대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좋아할만한 구석이 전무한 아저씨였다. 남자에, 나이차이도 10살. 수염을 기르는데다가 키도 작고, 체구도 조그만.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어느순간부터 명훈형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으로 쫓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깨달았다. 이 감정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잘못 인지한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방은 남자. 그 나이차도 10살이나 될 정도. 게다가 그 본인은 지극히 일반적인 취향의 소유자.
하지만 억누를수록 더욱 깊어가는 감정이 괴로워졌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른채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애교를 부리는 그 모습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제멋대로 날뛰었다. 그런 자신의 감정을 알아챈 듯 어느날 광선형이 자신을 불렀다.
"너.. 명훈형, 어떻게 생각하는거냐? 설마... 아니지?"
"형이 생각하는게 사랑... 이라면 아마 맞을겁니다."
확 굳어버리는 표정은 내가 예상했던것과는 조금 달랐다. 혐오라거나 충격, 혹은 경멸. 그런 종류라기보다는 마치 연적을 바라보는듯한 경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설마... 형도?"
"속이는것도 바보같지. 그래. 그러니 포기해라"
"제가 왜 그래야하죠? 광선형이랑 명훈이형. 연인도 아니잖아요."
"해보자는거냐?"
바보같은 오기라는 것은 깨닫고 있었다.
함
께한 시간도, 명훈형이 나와 광선형에게 가지는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호의의 차이도, 그 모든것을 알고있었으니까. 둔하다고
불리던 나답지않게 놀랄만큼 민감하게 명훈형에 관련된 일만은 알아채고 있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명훈형을 볼 때마다 입안에 맴도는 그 말이 지독히 괴로웠다. 가끔 명훈형에게 같은팀의 맴버라는 그 특권을 이용해 다가가는 광선형의 승리감 가득한 표정이 지독하게 아팠다.
명훈형은 친절하고 다정했다. 내게 헛된 기대를 품게 할 만큼.
그 작은 몸이 내게 기대질때의 환희, 날 보고 웃을 의 기쁨, 타인에게 향하는 시선을 볼 의 고통. 그 존재만으로 날 뒤흔드는 유일한 존재.
차라리 광선형과 명훈형이 사귀는 관계였다면 좋았다. 이런 헛된 기대, 품지않아도 좋을테니까.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광선형은 철저하게 동료로서의 선을 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의문이 풀린것은 며칠 후였다.
어느날 윤택형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설마 너 마저 그런 시선으로 명훈이를 보게 될 줄 몰랐다."
"....알고 계셨어요?"
의외의 말에 놀라 묻자 윤택형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굉장히 괴로운 표정.
"괜히 폼으로 녀석들 리더하는게 아니니까. 명훈이 녀석만큼 둔하지도 않고. 아마 승일이도 눈치채고 있을꺼다. 그런 감정을 가진 널 탓하는건 아냐. 사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하지만 상처입을꺼다."
"그렇겠죠."
"미안하지만 너나 광선이 얘기가 아냐. 내가 상처입는다는건 명훈이지."
윤택형의 뜻밖의 말에 형을 응시했다. 윤택형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저 한 말이 아니라는 듯.
"명훈형이 상처입는다고요?"
"
그래. 명훈이는 착하니까 너희의 감정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도, 그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 망가져갈테고,
그런 명훈일 보면서 너희들도 같이 망가져갈꺼다. 난 그게 걱정된다. 그러니 부탁하마. 그 감정 명훈이에겐 표현하지마라."
"...!!"
윤택형의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명훈형의 성격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좋은 동생으로 남아다오. 난 그리 망가져가는 너희들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뭐라 할 수 없을만큼 잔인하지만..."
"광선형도, 알고 있는건가요?"
"그래. 알고 있다."
윤택형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것, 그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내 감정으로 괴로워하며 망가져갈 명훈형을 본다는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좋은 동생으로 남는것도 좋으니까 괜찮아요."
윤택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복잡한 마음으로 밖에 나오자 들려오는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있었다. 내가 마음에 품은 , 명훈형의 음색이었다.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만큼 슬픈. 더 이상 좋아할 수 없다 그리 생각 했던 것이 바보같을 만큼.
"예쁘지?"
어느새 옆에 다가온 광선형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반할만큼... 아름다워요."
"너도 그러냐? 나도 저 목소리에 늘 다시 반한다. 공통점 하나 찾았네."
그 이후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명훈형은 아무것도 모르고, 광선형과 나는 그런 명훈형을 좋아하고 있다.
난 당신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니 이 것으로 좋다.
* 오마케
탑
11의 남자들만 떠난 일본여행.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채 무방비하게 웃는 명훈과 그런 명훈형을 지키는 광선. 그 모습을 그저
웃으며 방관하는 승일. 오지못한 윤택이 아쉬웠지만 정말 숙소에서 지낼 때가 생각나 도현은 조금은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명훈은 방송이 끝나고나서 더 귀엽고 더 사랑스러워진것 같아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버스에 오르자 명훈이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졸려요?"
"응~ 졸려~"
눈을 부비적거리며 답하는 명훈의 귀여운 모습에 붉어지는 도현과 광선.
"형, 여기 누우세요."
"그래도 돼? 고마워~"
자신이 어찌 손써볼 틈도 없이 도현의 무릎을 베고 누워버린 명훈의 모습에 광선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 자식!'
'헹~ 부러우면 말로 해요.'
입으로 뻐끔대는 광선에게 씩 웃으며 도현이 입을 뻐끔거렸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질투에 불타오르는 남자와 우월감에 피식 웃는 두 명을 모르는 명훈만 도현의 허벅지에서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