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작게 천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면 녀석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독한 고통이 있을것이
분명한데도 녀석은 그저 얼굴만 일그려뜨릴뿐, 작은 신음하나 흘리지 않았다. 독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을 저리 만든것은
나임에도.
비부에서 흐르는 끈적함이 불쾌할텐데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그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았다.
"아직 힘들텐데?"
"네 놈 옆보단 낫지."
어
디가냐는 그런 식상한 물음따위 던지지 않았다. 내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줄 사람을 찾나보지? 하지만, 그런건 맘에 들지
않는다. 녀석의 팔을 잡아 거칠게 잡아당겼다. "읏-" 지극히 사내다운 녀석을 넘어뜨려 몸위로 올라가자 녀석이 거칠게 내 손을
떼어냈다.
"뭐, 하는 짓이야."
"오늘, 못간다고 해둬. 안 보낼 생각이니까."
"날 남창으로 아나보지?"
꽤나 사나운 눈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녀석은 나에게 약하니까.
"나에겐 그렇지."
사
납고 강하던 눈이 절망의 색으로 물드는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만족스레 웃으며 티셔츠를 잡자 , 녀석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원했다.
녀석이 자신의 사랑스러운 부인에게 전화를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에 대한 애정이 변질된것은 언제일까?
난 아직 널 사랑하는걸까? 나도, 너도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문제이리라.
[윤택영진] 가시
그저, 친한 친구이던 감정이 변한것은 언제일까?
믿
음직한, 의지가 되는 친구. 언제나 윤택은 영진을 그리 평가했다. 언제부터인지 윤택은 영진이 자신의 옆에 있는것이 당연하다, 그리
생각했다. 편안함이 애정으로 변하는것에 그리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의외로 섬세하고 소녀적인 감성도, 언제나 이성적인
자신보다 훨씬 감정적인 그 모습도, 모두 좋았다. 그랬기에 믿을 수 없었다.
결혼.
머릿속
으로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서로가 결혼을 하게 되어, 누군가의 반려가 될 것임을. 하지만 알고있는것과 그것이 현실이 되는것은
틀렸다. 영진의 옆에 윤택 자신이 아닌 타인이 웃는 그 모습은 상상보다 더 아프고, 괴로웠다. 행복에 휩쌓여 즐겁게 웃는 모습에
질투가 났다.
난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데 너만 행복하다니.
절실했던 애정은 증오로 변했다. 그 마음이
깊었던만큼 깊은 증오였다. 자신의 집에 놀러왔던 영진을 강제로 넘어뜨려 범하던 그 순간, 들었던 죄책감과 자괴감에 미친듯이
괴로워하며 아팠던 것도 잠시였다. 눈만 감으면 울면서 제발 하지말라 애원하던 그 모습이 눈에 비쳐, 자신의 어리석음을 분노했다.
몇일이나 앓으며 나타나지 않던 영진이 나타났을때 윤택은 제 어리석음을 사죄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치 자신과의 일을 없었던 것마냥
구는 영진의 모습은 윤택의 분노를 부추겼다.
"한순간의 그딴 저열한 욕망에 몸을 맡긴거잖아!"
저열한 욕망.
제
자신의 애정이 그딴 것으로 몰릴 수 있음에 윤택은 헛웃음이 났다. 정말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행동에 괴로워했다.
몸만을 원했던 관계가 아니었다. 그 마음을, 상냥한 그 마음의 한 조각이라도 얻고 싶었는데, 그것이 그리 몰리자 윤택은 더이상의
죄책감도, 자괴감도 모두 덮었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쉬웠다. 원래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 울부짖으며, 증오와 분노를 쏟아내는
영진을 강제로 탐하고, 그 모습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내가 저열한 욕망에 사로잡힌 강간범이면, 넌 창부나 마찬가지지. 더 탐해지고 싶어서 찾아온 비천한 남창. 제수씨는 이걸 알까몰라?"
자
신이 얼마나 비겁하게 타락할 수 있는지, 윤택은 끔찍스러운 기분이었다. 동시에 이렇게라도 영진을 가지고 싶은 자신이 과연 영진을
사랑한다,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그것만은 안된다며 애원하는 영진을 보며, 윤택은 비웃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혐오였고,
영진을 향한 동정이었다. 그렇게 저열하게 영진을 제 손에 넣은 그 날, 예전의 성실하고 착했던- 이영진을 사랑했던 임윤택은
죽었다. 적어도 윤택은 그리 생각했다.
종종 영진을 탐했다. 남자의 몸이란 성가시다. 마음이 없어도 몸은 흥분하고,
쾌락을 느끼는 가련한 생명체. 영진또한 마찬가지라 아내를 배반하는 배덕감에 괴로워 번민하면서도, 쾌락에 굴복했다. 허덕이며 최대한
억누른 신음성에는 영진 , 자신도 알만큼 쾌락이 배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비웃는 윤택을 쏘아붙이면서도 영진은 익숙해져갔다.
"어디가 그렇게 좋아?"
정사가 끝난후 느른하게 늘어진 영진에게 물었다. 오늘은 두번이나 겪은 절정탓인지 완전히 늘어진 영진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영진은 느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지. 그냥 어느순간 눈이 가는 여자였으니까."
"그래."
짧은 문답이 끝나고 영진의 옆에 누운 윤택의 가는 팔이 허리를 감아왔다. 윤택또한 꽤나 지쳤던 듯, 잠시후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영진은 느리게 고개를 돌려 윤택을 바라봤다.
왜 그 여자였는가?
윤택에게 건넨 답은 거짓이었다. 영진은 조심히 손을 들어 윤택의 손을 메만졌다. 가늘지만, 남자다운 손.
"널 닮았어."
결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그를 닮았다. 임윤택을.
윤
택은 알지 못할 긴 시간동안 그를 좋아해왔다.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반해버렸고, 그랬기에 윤택의 옆에 있었다. 가장 좋은 친구로.
하지만 이어질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녀를 택했다. 윤택처럼 작지만 강단있고, 상냥하면서 다정한 그녀를.
그 뒤 알았다. 윤택의 애정을. 강제로 범해지면서, 깨달은 그 감정은 괴롭고 아팠다.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아니, 차라리 아예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 옆에는 그녀가 있었으니까.
이
런식으로 윤택과 이어지는 것이 옳지않음을 안다. 서로에게 깊은 애정이 있기에, 그 감정이 가시가 되어 서로를 상처입는 이런 관계가
어떤 파국을 몰고올지도. 하지만 영진은 제 의지로 윤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애정이 너무 깊었다.
그랬기에 영진은 그저 눈을 감았다. 결코 내뱉을 수 없는 단어를 삼키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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