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공주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공주님에게 한눈에 반한 마왕이 그 공주님을 납치했습니다. 공주님은
두려움에 떨며, 매일을 눈물로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용기 있고, 멋진 용사가 마왕성을
찾았습니다. 몇날며칠이나 되는 길고, 지루한 사투 끝에 용사는 마왕을 물리치고, 가련하고 아름다운 공주님을 구해냈습니다. 멋지고
훌륭하게 마왕을 쓰러뜨리는 용사의 모습에 공주님은 한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공주님과 용사는 아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승일명훈] 용사와 마왕님
"어머? 요새도 그런 재미없는 책을 읽니?"
한참 어린 아이 계집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소녀의 모습에 한 여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살짝 가려진 옷깃사이로 보이는 검은 장미 문양의 브로치를 한. 그 모습에 소녀가 눈을 반짝였다.
"검은 장미회?"
"그래. 언제나 순결하고, 아름다우며, 고귀한 남자들의 은밀한 사랑을 응원하는 검은 장미를 위한 모임. 그런 재미없는 책보다, 훨~ 씬~ 좋은 책을 소개해줄게. 후후."
여인은 환히 웃으며-동시에 어딘가 어두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지닌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표지에 검은 장미가 하나 그려진 책의 표지에는 「어린 장미를 위한, 용사와 마왕님 by. 검은 장미회」라고 적혀있었다.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니까 들어두렴. 후후후."
「어
느 나라에 한 공주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이었지만, 성격이 드세고 왈가닥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답답한 궁정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쪽지 한 장을 남겨둔 채-아름다운 미소년을 찾으러 갑니다.-, 가출을 감행했습니다. 공주님의
기행에 이미 질려버린 왕께서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지요.
가출한 공주님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둠의
숲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그곳에는 마족들이 살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할 일에 바쁜 마족들의 모습을 외면한 공주님은,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답니다. 그곳에는 아주 훌륭한 저택이 하나 있었어요. 슬쩍 둘려보던 공주님은 그곳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왕님을 발견했답니다.
이 마왕님으로 말하자면 어릴 적에 아버지를 잃고, 아직 미성년의 나이로 마왕에 취임. 그 이후 현명하고, 멋진 정치로 모든 마족들의 사랑을 받는, 마족들의 아이돌이었답니다.」
"잠시! 왈가닥 공주님에, 마족들의 아이돌 마왕님?"
"정말로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찬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마왕님이란다."
"근데 왜 마왕성이 아니라, 저택이에요?"
"마왕성은 너무 커서, 청소하기 힘들다고, 상냥하게 그냥 저택으로 바꾸셨단다."
"""""착하다~"""""
「공
주님은 그토록 찾고 바라던 인물이 마왕님이라는 것을 알자, 공주님은 저택으로 쳐들어갔답니다. 마왕님은 갑자기 자신의 저택에 찾아와
귀찮게 구는 공주님-"완전 내 취향. 체구도 작고, 여리여리한게 천성적인 수타입." "너 가라." "아앗! 이런 앙탈이라니!!
앙탈수도 좋잖아?" "귀찮거든. 제발 좀 가라. 응?" "이런 타입을 깔만한 멋진 공을 소개해줘야 하는데... 누가
좋을까?"-에게 짜증이 났지만, 쫓아도 가지 않는 바람에 결국 포기해버리셨지요.
공주님은 승리감에 웃으며, 아버지인
왕국의 왕에게 편지-아버지, 저 어둠의 숲에 있는데, 잘생긴 남자 하나만 보내줘요. 안 그럼 안돌아가요.-를 보냈습니다. 왕께서는
철없는 공주님 덕에 뒷골을 잡으면서, 왕국 최고의 검사인 승일이라는 기사에게 공주를 찾아올 것을 명령-어둠의 숲에 가서,
말괄량이 좀 데려와주겠나? 당장에 오면, 용돈 50%삭감. 만약 안 오려고 한다면, 앞으로 용돈은 없다고, 반드시!!
전해주게.-했어요. 덕분에 용사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가야만했지요.
어둠의 숲으로 들어서자 마족들은 싸움한번 하지
않고, 용사를 응원하면서-"우리의 마왕님 좀 구원해주세요." "그대는 마족의 희망!!" "그 여자는 공주가 아니라 흉신악살의
마녀. 제발 마녀를 물리치고, 마왕님께 평화를~!!"- 길을 비켜줬답니다.」
빠직-
여인은 책을 읽다말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소 짓는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중얼거렸다.
"대체 공주님은 어떤 분이셨기에, 마녀라고 하는 거지?"
"아주 아름답고, 상냥한 분이셨어. 공주님을 시기한 녀석들-뿌드득-이 모함한 거란다."
"우웅..."
"어느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두고 보자."
여인은 아주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을 들었다.
「저
택 앞에 다가온 용사는 데모 중인 마족들-"마녀는 마왕님을 풀어달라!!" "마녀에게 잡힌 마왕님을 구하자." "마왕님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을 지나치며-"용사여. 마왕님을 구해주게" "마왕님을 구원할 사람은
그대뿐이야!!" "마녀에게서 가녀리고(?) 연약한(??) 마왕님을 구출할 기회를 주겠네. 부탁하지"- 용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토록 마족에게 사랑받는 마왕님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죠.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족들의 친절하고 상냥한 안내를 받으며, 마왕 집무실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용사는 말을 잃고 말았죠.
새
카만 흑발과 동그란 눈동자의 마왕은 그 외모도 용사의 취향이었지만, 용사의 등장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젖히다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눈웃음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용사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답니다. 세상에, 수염을 기른 남자가 사랑스럽다는
생각마저 들다니. 용사는 자신을 믿을 수 없었지요. 마왕님의 옆에서 공주님이 마왕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이 왠지, 아주
불쾌해질 만큼 마왕님은 용사의 맘에 꼭 들었답니다.」
"용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용사는 검만 보고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이상형을 만난거야."
다정하게 답해주는 여인의 표정은 그야말로 흉악, 그 자체였다. 하지만 차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열을 낼 수 없는 만큼, 간신히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후우... 자, 다시 읽어줄게."
「"당신이 용사? 제발 이 거머리 공주 좀 데려가라, 응?"
뚱하니 잔뜩 지친얼굴로 말하는 마왕의 모습이 귀엽다라고 생각된 용사 승일이 그에게 다가가 팔을 쥐었습니다. 옆에서 공주가 묘하게 눈을 반짝이는 것 같지만, 그냥 무시하고.
"마왕. 당신은 이름이 뭐지?"
"그, 그건 알아서 뭐하게?"
왠지 이 녀석, 공주와 비슷한 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왕님이 당황스럽게 물었습니다. 그 목소리마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용사는 화사한- 하지만 어딘지 어두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궁금해서. 난 승일. 박승일."
"김... 명훈인데."
왠지 그런 마왕의 모습에 용사는 저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가려다가 잠시 멈춰서서 공주님을 응시했습니다.
"공주님. 폐하께서 당장 돌아오면 용돈 50%, 아니면 아예 용돈을 끊겠다,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쪼잔한!!"
공주님이 당황하면서 화내는 모습에도 아랑곳없이 용사는 마왕님에게 다가가 살짝 턱을 들어올렸습니다.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흔들리는 마왕님의 눈동자를 보며 용사는 마왕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습니다.
찰칵- 찰칵-
어디선가-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촬영소리가 들렸지만 용사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지요. 당황과 부끄러움에 빨갛게 변해버린 마왕님을 보면서, 용사는 다정하게 웃었습니다.
"이름도 귀엽네.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줄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왠지 능글능글하게 웃는 모습이 용사같지 않았지만, 처음 듣는 고백에-마족들은 착하고 소심한터라 마왕님 앞에서 고백한적이 없다더군요.- 마왕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셨답니다.
그 후 마왕님과 용사는 행복하게 잘 살고있답니다.
그리고 마족들요? 마족들은 자신들이 늑대-용사-에게 양-마왕님-을 던져줬다면서, 몇날며칠을 울면서 밤을 지새우다가, 귀엽고 사랑스럽던 마왕님이 색기를 풍기자, 아주 행복해했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여인이 서로 입술을 맞댄 두 남자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남자들임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 모습에 왠지 붉어진 얼굴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마친 여인은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이 뒷이야기는, 검은 장미회에 가입한다면 열람가능하답니다. 영상과 사진 또한."
"시, 실화인가요?"
"어머? 당연하지. 이 사진보면 모르겠니? 우리 검은 장미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단다. 후후후."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멀어지는 여인을 보면서 아이들이 반드시 검은 장미회에 가입하겠노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은..
"후후. 전도 완료. 전 대륙에 우리 검은 장미회의 명성(?)이 퍼지는 날까지 힘내야지. 그나저나, 이 이야기, 누가 적었는지,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흉신악살의 마녀라니. 어디서 그런 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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