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애정일까?
아니면 그저 소유욕?
이 감정에 대한 정의가 무엇이든 난, 너를 소중히 여긴다.
[윤택광선] 날지 못하는 새
어
릴적 부모님을 잃은 광선의 보호자는 다른이도 아닌 임윤택이었다. 실제로는 10살의 차이였지만 광선을 키운것은 윤택형의 부모가 아닌
윤택형, 본인이었다. 겨우 15살의 나이에 갑자기 생긴 동생이 어색할만도 하건만, 이상하리만치 윤택형은 광선에게 다정했다.
당
시 15살이었던 윤택형은 완벽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어울리는 소년이었다. 영리하고, 상냥하고, 다정한 소년은 갑자기 생긴 제 동생을
그들의 부모조차 놀랄만큼 철저하게 보호했다. 공부, 인간관계, 의식주, 그 모든 것을 철저히 챙기며 광선을 가르쳤고, 광선 또한
윤택형을 믿고 의지했다. 그들은 완벽한 형제였다.
그러했기에 광선이가 윤택형에게 뭔가 다른 감정을 가지게된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친애의 감정이 동경으로, 동경이 애정으로 변하는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춘기에 들어선
광선은 자신의 성정체성과 친형처럼 따라왔던 윤택형에게 가지는 감정에 괴로워해야만했고, 늘 힘들어했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광선이 윤택형 외에 믿는 유일한 타인이 바로 나였다. 난 차마 광선이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그런 두명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윤택형은 이상할정도로 광선이에게 집착하곤했다. 광선이가 제 가족들외에 교류를 하는 타인은 내가
유일했고, 윤택형은 나 이외의 타인은 광선이에게 접근시키지 않았다. 그것은 형이 동생을 아끼는 감정, 그 이상이었다.
광
선이는 마치 윤택형을 위해 만들어진, 그런 존재같았다. 그것은 광선이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광선이의 옷차림
하나 하나- 윤택형의 손길이 닿지않은 것이 없었고, 조그마한 악세서리, 식생활, 좋아하는 취향, 그 모든 것이 윤택형이
좋아하는것과 동일했다. 광선이 자신은 느끼지 못할테지만, 옆에서 보는 내 입장에서는 소름이 끼칠만큼.
"이거 예쁘다!"
광
선이 환히 웃으며 집어드는 옷가지 하나가, 유심히 살피는 악세서리 하나가, 모두 윤택형이 좋아하는 취향- 그 자체라니. 게다가
광선은 그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이일때라면 몰라도, 성인이 되어버린 광선의 스케쥴 하나하나, 귀가시간까지
철저히 체크하는 그 모습은 무서웠다.
나는 윤택형이 무서웠다. 예쁘지만, 마치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유리알같은
눈동자도- 매력적인 외모도- 마치 무기질의 인형과 같아서. 그나마 인간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친구이자 비서라는 승일이라는 남자를
볼 때와 광선이를 보는 순간. 그 뿐이었다.
우연히 승일이라는 남자와 함께 남게 되었을 때, 물었다.
"윤택형은, 광선이를 좋아하는건가요?"
"글쎄요? 다만, 윤택님이 광선군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있는건 분명하지요."
승일이라는 남자의 말에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옆에서 보는 광선이는 안쓰러운 녀석이었다. 그리 철저히 자신에게 맞춰놓은 광선이는, 윤택형을 벗어나지 못할게 분명했다.
"광선이는 윤택형에게 길들여져있어요."
"명훈씨..."
"난, 윤택형이 무서워요. 그리 철저하게 광선이를 제 옆에 묶어두고, 고립시키고. 윤택형이 광선이를 필요로하지 않으면요? 그럼, 광선이는 어떻게 되는거죠?"
"난 모릅니다."
눈
물이 나왔다. 광선이가 안쓰러워서- 너무나 가여워서. 윤택형에 대한 애정을 가진채,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당한채 저도 모르는 사슬에
묶인 그 모습이 애처로웠다. 어려서부터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새는 주인이 있는 집을 자신의 세상이라 여기며, 저도 모르는
새장에 갇혀있었다. 그런 생활이 행복한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윤택형을 봤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며칠을
행복해하는 광선을 보면서, 차마 명훈은 광선에게 어떤 말도 해줄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윤택형이 널 제 품에
가둬뒀다고? 그가 네게 집착하고 있다고? 그 어떤 말도 광선에겐 상처로 남을텐데. 그랬기에 결국 나는 침묵을 택했다.
어쩌면 윤택형이 주는 그 작은 애정에 기대어 살아가는게 광선에겐 나을지도 몰랐다. 그리 철저하게 광선이를 묶어뒀다면, 윤택형은 적어도 광선이를 쉬이 버리지는 않을테니까.
우연히 만난 윤택형은 여전했다. 여전히 주변에 무심했고, 타인에게 냉담했다. 어째서였을까? 나는 그토록 윤택형을 두려워했음에도 왠지 모를 의무감에 물었다.
"형."
"?"
"광선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택형의 유리알같은 눈동자가 탐색하듯 날 훑어본 후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은 싸늘한 비웃음을 띄운채.
"내가 너에게 그걸 알려줘야하나?"
"전, 광선이의 친구에요. 단 하나뿐인."
"그래서?"
"광선이를 고립시키고, 행동 하나, 취향 하나, 그 모든 것을 형의 뜻대로 만들어놓고. 아마 광선이는 형을 벗어날 수 없겠죠. 왜 그러셨어요?"
내 물음에 윤택형의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보통 미소라 불릴만한 그런 행동이지만, 왠지 소름이 돋았다. 무서웠다, 미치도록.
"광선인 내꺼다."
"좋아하세요?"
"글쎄? 그건 중요치않지. 다만, 광선이는 내가 키웠고, 앞으로도 내 옆에서 있을꺼다."
온화한 목소리 속에 감춰진 광끼에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이 인간일까? 두려웠다. 인간과 닮았지만, 그는 다른 인간과 틀려보였다.
"광선이... 버리지마세요. 그럼 걔, 무너져버릴테니까."
"호오?"
흥미롭다는 눈이 날 향했다. 당장이라도 도망쳐버리고 싶었지만, 말해야했다.
"저.. 광선이의 친구니까, 그러면, 형, 용서안해요."
"꽤나 귀엽군. 내 귀여운 강아지의 유일한 친구니까, 이 건방진 모습은 봐주지."
돌아서서 멀어지는 윤택형의 모습을 확인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괜찮으십니까?"
옆
에 다가와 부축해주는 승일씨의 팔을 잡으며 나는 내 자신의 무력함에 눈물이 났다. 저 비틀린 남자에게서 광선이는 벗어날 수
없을테지만, 난 광선이의 유일한 친구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난 광선이의 옆에 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분해요. 윤택형에게 광선이는 아무 의미도 없을텐데."
"윤택님이 그토록 오랫동안 보살펴왔습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겁니다."
"그러면 좋겠어요."
저 두 사람의 관계는 두 사람만의 것일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광선이의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 섬세하고 착한 내 친구, 광선이가 망가지지 않도록.
제발 광선이가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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