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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면 끝난다. 이제 너의 괴로움도 끝인거다."





  붉은 눈동자의 사내,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의 말에 해리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마치 당장에 눈물이라도 흘릴것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해리는 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였다.





"빌어먹을. 난, 미친게 틀림없어."





  해리가 괴롭게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며 볼드모트경, 톰 마볼로 리들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어쩌면 난, 널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해리 포터.









[리들해리] Red & Green (크리스마스 축전)



by. 휘나인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집이었다.

  깨 끗하고 단정한 외관과 섬세하게 손질된 깔끔한 정원. 해리는 이 집이 맘에 들었다. 머글들의 거리에 있는 탓에 함부로 마법을 사용할수는 없지만, 이 장소가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모든것을 좋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마법세계보다 머글세계를 좀더 좋아했다.

그것은 마법세계는 그에게 있어 절대로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컸다. 그는 영웅이며, 사람들은 그가 어둠의 마왕을 쓰러뜨리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중요했지, 실제 해리 포터라는 존재 자체가 중요한것이 아니었다. 호그와트에 다니던 소년기 내내 그것은 그를 괴롭혔고, 어둠의 마왕이 몰락한 그 이후에도 그러했다. 그러했기에 해리는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꽤나 귀찮던 죽음을 먹는자들의 일이 어느정도 마무리됨과 동시에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채 모든 인연을 끊고는 그저 평범한 머글로서의 삶을 택했다.  

  해리는 소년기의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외부로의 외출을 거의 자제했는데, 소년기의 그를 알고있는 이들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만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겼다. 그런 해리에 대해 알고있는것은 같이 사는 동거인밖에 없었다.



  여느때처럼 창문으로 밖의 모습을 보던 해리의 눈이 즐거운 웃음을 머금었다. 마법세계를 떠난 후 여유롭긴해도 조금은 깊게 가라앉아있던 어두운 암록색 눈동자가 싱그러운 연녹색으로 즐겁게 반짝였다.





"크리스마스....인가?"
"뭘 그리 보고있지?"





  뒤에서 동거인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늘하고 냉혹한 목소리는 마치 얼음을 삼킨 듯한 섬뜩한 느낌마저줬지만, 해리는 익숙한 듯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느릿하게 답했다.





"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어."
"어차피 흔한 머글들의 축제다. 알고있잖나?"





  해 리는 그 목소리에 낮게 웃었다. 동거인의 목소리가 어째서 저토록 날이서있는것인지 깨달은 탓이었다. 그는 기분이 나쁜것이다. 해리는 느릿하게 일어나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의 붉은 눈동자가 불만스러운 모습을 한 것을 보며 해리는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이런, 리들. 난 당신이 제일 좋아."
"얼렁뚱땅 말 넘기지 마라."





  서늘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어느정도 만족감이 깃들었다는것을 깨달은 해리가 킥킥 웃었다. 한때 어둠의 마왕이라 불리던 남자가 어째서 저리도 유치한지,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즐기는,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야."





  해리의 말에 리들은 입을 다물었다. 강제적으로 영웅으로 추앙당하며 친구들에게조차 동경어린 시선으로 보아지던 소년이 크리스마스따위를 즐길 여유가 있을리 없었다. 유년기의 그 비참한 환경에서는 더더욱.





"동정하지마. 이제부터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잖아?"





  아무렇지않은듯 장난스레 웃으며 저를 바라보는 싱그러운 연녹색 눈동자를 홀린 듯 응시하던 리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더이상 그는 어둠의 마왕이 아니었고, 소년은 영웅이 아니었다.





* * *





"당장, 달아나."

"미쳤나보지, 해리 포터?"





그의 직서적인 말에 해리가 흐린 웃음을 머금었다. 온갖 부의 감정이 뒤섞인 지독히도 슬픈 웃음. 차라리 우느니만 못한 웃음이었다.





"응. 미친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볼드모트, 아니, 리들. 난 당신이 그렇게 증오스럽고 밉지않아."





  해리는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느리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날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당신을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나야."

"우린, 너무 많이 닮았고, 아주 작은 선택 하나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있어."

"이 세상에서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톰 리들, 당신뿐이야. 당신을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나면, 난 정말 이 세상에서 홀로 남아버려."





  해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속이 뒤죽박죽으로 얽혀 혼란스러워졌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지독하게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 또한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던 사실을 해리 또한 알고있었다는 점에서 혼란스러웠다.

  리들은 수차례 해리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일 수가 없었다.

  ' 해리포터를 죽이면, 이 세상에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버린다.' 라는 공포. 그것은 그 어떤 단어로도,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 할 수 없는 그런 두려움이였다. 차라리 몰랐다면 모를까, 이 세상의 유일한 이해자를 만나버린 상황에서 우습게도 그는 그 끈을 끊어버릴 수 없었다. 해리에 의해 부활한 순간부터 회색빛의 어둡고 침울하던 세계는 놀라울만큼 아름답고 밝았다.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것이 이상할만큼. 동시에 해리를 죽인다면 다시 세계는 회색빛으로 변할터.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이고 괴로움일것이 분명했기에, 차라리 해리의 손에 의해 죽음을 택했다. 헌데 그것을 이 작고 조그만 아이도 알고있다고?

  그의 눈에 비친 해리는 아이였다. 처음 만난 순간에도 아이였고, 부활 후 만났을때의 모습도 그의 눈에는 그저 작고 연약한 아이일뿐이었다. 아무리 아이가 키가 크고, 성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도 아이로 비치고 있었다.





"날 도망치게해서 넌 어쩔셈이지?"

"...글쎄?"





  무모한점은 분명히 해리 포터가 어째서 그리핀도르인지를 잘 알려주는것 같았다. 그러했기에 리들은 서늘하게 웃으며 몸에 걸친 망토를 그에게 던졌다. 피에 젖고, 찢겨진 망토는 엉망이었다.





"돌아가서 선포해라. 볼드모트경을 이겼노라고. 그리고 언젠가 네 일이 끝나면, 리들하우스로 와라. 난 매달 1일, 단 하루만 기다려주지."

"응?"

"오래 기다리게 하진마라, 해리."





  이 정도의 배려는 괜찮으리라. 아이- 아니, 해리의 눈동자가 놀란듯 동그랗게 뜨여있었다. 자신만을 담고있는 녹색의 눈동자는 썩 괜찮았다. 그는 낮게 웃으며 해리의 이마의 흉터에 입술을 가져갔다. 츄- 라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해리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꽤나 귀여운 모습이군. 그는 낮게 키득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다, 다, 당신!!!!!"

"또 보자, 해리."







* * *





"뭘 생각하길래 그리 음흉하게 웃는거야?"

"글쎄. 그러는 너야말로 왜 그리 밖의 풍경에 즐거워하지?"





  리들이 말을 돌리고 있다는것을 깨달은 해리였지만, 그다지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다시 만나서 연인이라는 관계가 되긴했지만, 서로의 생활을 관섭하지 않는것이 그들만의 불문율이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좀더 중요한 깨달음이 있었다.





"있지, 리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색이 뭔지 알아?"

"?"





  리들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알고있는듯 해리는 씨익- 장난스레 웃으며 다시 창쪽으로 다가갔다.





"붉은색과 녹색이야."

"당신과 나의 눈의 색."





  해리는 한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장밖에는 녹색과 붉은색으로 색색이 장식한 사람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런 별것아닌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즐거운가?"

"응. 너무 즐거워. 정말, 어쩔 수 없을만큼."

"앞으로도 계속 난 네 옆에 있을거다.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우린 함께할테지."





  네가 없는 세상은 내게 의미가 없으니까.

  리들은 그 말을 삼킨채 낮게 웃으며 해리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어엿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작고 연약했다. 이 연약한 몸으로 영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있었다는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리들, 나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

"그렇다면 다행이군."

"있지, 리들은 행복해?"





  해리는 불안한 듯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아. 그래, 나도 행복해. 그러니 걱정마라, 해리."

Posted by Lucy_j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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